[기원상 칼럼] 한국 영화에 다시 볕이 든다

영화 암살자들 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영화 '암살자(들)' [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추석 연휴 극장가가 모처럼 붐빈다. 1974년 영부인 저격 사건을 추적한 허진호 감독의 '암살자(들)'은 지난 23일 개봉 첫날 13만4464명을 모아 박스오피스 1위로 출발했다. 연휴 첫날인 24일 28만여명, 26일에는 43만2352명이 들었다. 누적 130만5677명. 개봉 나흘 만이다.

조짐은 개봉 전부터 있었다. 지난 20일 '오디세이'를 밀어내고 전체 예매율 1위에 올랐다. 한국영화가 예매율 정상을 되찾은 건 64일 만이었다.

혼자 달린 것도 아니다. 같은 날 개봉한 '타짜: 벨제붑의 노래'는 청소년관람불가라는 제약에도 66만여명을 모아 2위를 지켰다. 연휴 사흘째 좌석판매율은 52.9%에 달했다. 26일 박스오피스 상위 5편 가운데 4편이 한국영화였다.

누적 1100만명을 넘긴 '오디세이'가 3위에 버티고 있지만, 그 뒤를 개봉 첫 주 정상을 달렸던 최민식·한소희의 '인턴'과 베네치아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이 이었다. '가능한 사랑'은 100여개 상영관에 그쳤는데도 좌석판매율이 '암살자(들)'과 비슷했다. 현대사 추적극부터 도박물, 오피스 코미디, 작가 영화까지 선택지도 넓어졌다.

온기는 올해 초부터 돌았다. 영화진흥위원회 집계로 상반기 극장 관객은 5705만명으로 1년 전보다 34.2% 늘었다. 한국영화 관객은 74.9%, 매출은 81.7% 뛰었다. 코로나19 이후 상반기 최고치다.

다만 속을 들여다보면 마냥 낙관하기 어렵다. 상반기 한국영화 매출 3702억원 가운데 1631억원을 관객 1691만명을 모은 '왕과 사는 남자' 한 편이 벌었다. 여름 두 달 동안은 외화 대작들이 예매율 선두를 내주지 않았다. 대작 한 편이 판을 떠받치는 구조로는 다음 흥행을 장담하기 어렵다. 제작비는 오르는데 투자는 좀처럼 풀리지 않고, 관객에게는 여전히 비싼 관람료가 문턱이다.

그래서 이번 추석은 기록보다 풍경이 반갑다. 관객이 한국영화 몇 편을 앞에 놓고 무엇을 볼지 고민했다. 예매 창을 열어놓고 여러 작품 사이에서 망설이는 일 자체가 오랜만이다. 결국 볼 영화가 있으면 관객은 극장으로 향한다.

진짜 시험은 연휴가 끝난 뒤다. 이번에 돌아온 관객이 다음 한국영화에도 지갑을 열어야 한다. 흥행의 성과가 다음 작품을 만드는 투자로 이어져야 한다. 그래야 이번 추석 극장가에 든 볕이 명절 한철로 그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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