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가 시장 재편을 앞둔 가운데 저비용항공사(LCC)가 생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이미 장기간 실적 부진이 이어지며 재무 체력이 약화한 데다 내년 3개 항공사가 합쳐진 '공룡 LCC' 출범까지 예고됐다. 이에 모회사 지원으로 버티는 LCC 경영 행태가 더 고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1일 산업계에 따르면 내년 1분기까지 국내 항공업계는 대대적인 재편이 이뤄진다. 오는 12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한 뒤 내년 3월 진에어도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흡수합병한다. 기존 11개 항공사가 대형항공사(FSC) 1곳과 LCC 7곳 등 8곳으로 감소한다.
이처럼 항공사 수가 줄지만 LCC 업계는 오히려 경쟁 심화를 우려하고 있다. 시장 재편 후에도 여전히 7개사로 다중 경쟁체제가 유지되고 있고,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을 합친 대형 LCC가 등장하면 기존 업체의 부담이 오히려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경쟁을 버텨낼 재무 체력이 이미 약해졌다는 데 있다. LCC 업계는 지난해 초부터 수익성 악화가 본격화했다. 그나마 규모가 큰 상장 LCC 4곳(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트리니티항공)마저 올해 상반기 합산 영업손실이 약 171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약 1510억원보다 13%가량 늘었다.
올해 들어서는 고유가, 고환율 등 업황 악화까지 겹치며 실적 회복이 쉽지 않아졌다. 이에 LCC는 운영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적은 일본, 중국 등 단거리 노선에 공급이 쏠리고 있다. 장거리를 띄우면 수요가 기대에 못 미치면 항공기 운용비와 유류비 등 고정비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당장 내년 통합 진에어가 출범하면 비(非)한진그룹 계열은 경영난 가중이 불가피하다. 통합 진에어는 기단 60대, 서울·부산 양대 거점을 확보하며 국내 최대 LCC로 올라서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 기단 규모가 가장 큰 제주항공보다 10여 대 더 많은 수준이다. 국제선 취항지도 46곳으로 늘며 노선 편성, 운항 빈도 측면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한진그룹 계열이 아닌 LCC가 가격은 물론 기재와 노선 확보 경쟁에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미 이들 항공사는 자체 자금 조달에 모회사 지원까지 받고 있다. 제주항공은 올해 AK홀딩스에 IT 자회사 AK아이에스 지분 전량을 433억원에 매각하며 유동성을 확보했다. 또 트리니티항공은 지난해 대명소노그룹이 경영권을 인수한 뒤 110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받았다.
다만 통합 진에어에 편입되는 3개 항공사 역시 재무 상태가 녹록지는 않다. 올해 상반기 말 진에어와 에어부산 부채비율은 각각 635.7%, 1646.7%에 달한다. 에어서울도 상반기 추정 자본잠식률은 58.3%로 부분 자본잠식 상태다. 통합으로 기단과 노선은 커지지만 부채와 비용 부담도 함께 안게 되는 셈이다.
결국 전문가들은 통합 진에어 출범으로 LCC가 모회사 지원에 의존하며 버티는 현 경영 행태가 더 고착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적 부진이 장기화하면 항공사 자체적으로 기재 투자, 운항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모회사의 추가 증자, 자금 지원만 반복될 수 있다는 의미다. 황용식 세종대 교수는 "(모회사 지원이) LCC가 성장해 온 배경일 수 있다"면서도 "LCC 자체 수익 모델을 잘 구축해 진정한 의미의 성장을 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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