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뷰] 김지용 초대 중수청장에 거는 기대

조현미
조현미 사회부 차장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출범 2주 만에 수장을 맞이했다. 김지용 초대 청장이 지난 15일 임명되면서 길었던 기관장 공백이 끝났다.

청장이 임명됐다고 중수청이 제자리를 잡은 것은 아니다. '개문발차'라는 오명을 안고 출범한 중수청은 조직을 정비하고 수사 역량을 끌어올리는 한편 정치적 중립성까지 입증해야 한다. 김 청장의 리더십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김 청장에게 맡겨진 첫 번째 과제는 조직 안정화다. 중수청은 정원 2874명 가운데 1900명으로 출범했다. 인력 확보와 업무 시스템 정비, 명확한 지휘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 조직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수사 성과부터 재촉하면 부실 수사나 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서두르되 무리해서는 안 된다.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수사 과정의 책임과 통제 기준을 명확히 세워야 한다. 출범 초기의 혼선을 줄이고 구성원들이 각자 역할에 집중할 수 있는 기반부터 다지는 것이 우선이다.


형사사법 체계 전반에 대한 리더십 공백도 숙제다.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의 다른 축인 법무부와 공소청은 여전히 수장이 부재하다. 20일 기준 법무부 장관 공백은 56일째, 검찰총장 공백은 476일째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대전환이 시작됐지만 이를 뒷받침할 핵심 기관의 리더십은 온전히 갖춰지지 않은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기관 간 협력과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 사건 이첩과 수사 결과 공유 과정에서 기준이 모호하면 혼선이 빚어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김 청장은 경찰과 공소청 등 관계기관과의 협조 기준을 구체화하고 수사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 다른 기관의 인선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중수청이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과제부터 풀어가는 실행력이 필요하다.

'책임수사제'도 실효성 있게 설계해야 한다. 김 청장은 지난 1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수사관이 사건을 송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소와 유죄 판결 여부까지 책임지는 책임수사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장기미제 사건을 줄이고 수사의 완결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다만 책임을 강조하는 제도가 무리한 수사나 실적 경쟁으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 유죄 판결을 성과의 기준으로 삼기보다 수사의 완결성과 적법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인권을 보호하고 잘못된 판단을 바로잡을 통제 장치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청장 지명부터 임명 때까지 불거진 각종 논란도 가볍게 넘길 수 없다. 여당 내 검찰개혁 강경파는 김 청장의 검찰 재직 시절 행적과 검찰개혁에 대한 입장 등을 문제 삼으며 임명에 반대해 왔다. 이런 의문에 답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원칙과 행동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권력형 비리든, 경제범죄든 누구에게 유리한지를 따지지 않고 증거와 법리에 따라 수사해야 한다. 수사 대상에 따라 잣대가 달라진다는 의심을 받는 순간 중수청의 출범 명분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19일 김 청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네 편과 내 편을 가리지 말고 원칙에 따라 국민적 의구심이 있는 사안을 잘 처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중수청의 존재 의의를 국민에게 인정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기관의 출범 자체가 아니라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 모습이다. 수사가 지연되지 않고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으며, 수사 결과를 국민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중수청은 권한에 걸맞은 책임과 투명성을 갖춰야 한다.

2년 단임제인 김 청장에게 주어진 시간은 넉넉하지 않다. 출범의 명분을 이제 실제적인 운영으로 증명할 시간이다. 중수청이 정치적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독립적인 수사기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김 청장의 리더십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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