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특사 "美, 더는 세계 안보 보증인 아냐"…중동 동맹국에 자립 촉구

  • "동맹 포기 아닌 관계 재정립…중동과 석유-안보 교환 만료"

톰 배럭 백악관 시리아·이라크 특사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톰 배럭 백악관 시리아·이라크 특사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특사가 중동 동맹국들을 향해 미국이 더 이상 안보를 무기한 보장할 수 없다며 자체 방위력 강화와 역내 안보 협력 확대를 촉구했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톰 배럭 백악관 시리아·이라크 특사는 이날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글로벌 안보 포럼에서 "지난 80년 동안 세계의 안보 보증인 역할을 해온 미국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배럭 특사는 "현 행정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는 동맹을 버리는 것이 아니다. 관계를 재정립하라는 메시지"라며 중동 국가들이 역내 협력을 통해 자체적인 안보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중동 국가들에 안보를 제공하는 대신 안정적인 석유 공급을 보장받아 온 협력 체제가 더 이상 미국의 전략적 이해관계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인들은 더 이상 중동을 위해 목숨을 희생하기를 원하지 않으며 걸프 국가들도 미국이 자국의 안보를 완전히 보장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배럭 특사는 사우디아라비아와 파키스탄, 튀르키예 간 새로운 방위협정처럼 규모는 작지만 다양한 역내 안보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러한 전환 과정에는 상당한 불확실성이 뒤따를 것이라고 인정했다.

이번 발언은 미국의 중동 군사 개입 축소 가능성을 둘러싸고 걸프 국가들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나왔다.

걸프 국가들은 앞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과의 전쟁을 피하도록 설득했지만 실패했다. 이후 미국이 전쟁에서 발을 빼고 이란의 보복 위협에 대응해야 하는 부담을 역내 동맹국들에 떠넘길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특히 최근 친이란 예멘 후티 반군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에너지 시설과 수도 리야드의 국제공항이 피해를 보면서 미국의 안보 지원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

사우디는 미국에 직접적인 군사 개입을 요청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정보 제공과 작전 자문 등으로 지원 범위를 제한했다.

배럭 특사도 지난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이 시작한 이란 전쟁이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라크와 리비아, 아프가니스탄 사례를 거론하며 "우리가 개입해 지도자나 정권을 바꾸려고 할 때마다 실수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이 실제로 중동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축소할지는 불분명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과의 군사적 충돌 재개 가능성에 대비해 세 번째 항공모함과 해병원정대를 중동에 추가 배치하고 있다. 군수물자 보급도 확대하는 등 역내 군사력을 오히려 증강하는 모습이다.

배럭 특사 역시 미국의 중동 철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며 "우리는 떠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걸프 국가들이 미국에 대한 안보 의존도를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당분간 미국의 군사적 지원을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조 바이든 전 행정부에서 중동 담당 고위 특사를 지낸 바버라 리프는 "역내 국가들이 안보 협력과 방위 장비 조달처를 다변화하고 있다"면서도 "이들에게는 여전히 미국과 같은 강력한 협력국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제위기그룹(ICG)의 이란 전문가 알리 바에즈는 미국 당국자들이 서로 다른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미국에 대한 신뢰가 약화되고, 중동 국가들이 안보 협력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앞으로도 역내 방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유지하겠지만, 미국의 역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