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데탕트' 겨눈 北의 압박…軍 "비례적 조치" 검토

  • 김여정 전방 시찰서 콘크리트 방벽 첫 공개…방송 재개 준비 거듭 강조

  • 통일부, 주민 피해·충돌 위험 우려…대북방송 재개는 관계부처 협의

합동참모본부가 최근 북한군의 동향 자료를 공개했다 동부전선 굴토와 채석작업을 하는 모습 사진합동참모본부
합동참모본부가 최근 북한군의 동향 자료를 공개했다. 동부전선 굴토와 채석작업을 하는 모습. [사진=합동참모본부]

북한이 대남 확성기 재개 태세를 거듭 강조한 상황에서 이른바 '국경 요새화' 진행 현장도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재명 정부의 '데탕트'(적대국 사이에 긴장이 풀려 화해 분위기가 조성된 상태)를 상징하는 확성기 방송 중단을 겨냥한 압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방부가 북한의 조치에 비례하는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정부는 북측이 위협을 멈추고, 실효적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을 재차 촉구했다.

22일 북한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북한은 대남 확성기와 관련해 지난 19일 처음으로 '재개 검토'를 언급한 후 구체적인 일정까지 제시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이날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은 대남 확성기들이 "수일 안으로 대기 상태에 들어가게 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전날 이달 중 접경지역 전역에서 대남 확성기를 가동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실행 태세를 갖췄음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김 부장이 직접 전방 요새화 현장을 찾아 이를 공개한 것도 이례적이다. 김 부장은 지난 21일 박정천 국방성 고문과 접경지역을 시찰했다고 밝히고, '국경 요새화'가 진행되는 현장도 처음으로 공개했다. 북한이 공개한 시찰 사진에는 길게 이어진 콘크리트 방벽도 담겼다. 박 고문이 방벽 앞에서 쌍안경으로 주변을 살피는 모습도 공개됐다. 통일부는 북한이 요새화 공사 현장의 방벽을 자체 매체를 통해 공개한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군은 북한의 실제 조치에 따른 대응 가능성을 열어뒀다.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대남 확성기 재개에 대북 확성기로 대응하는 방안과 관련해 "만약 북한이 뭔가를 한다면 우리도 당연히 비례적 조치가 있어야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북한이 재개 명분으로 삼는 우리 군의 경고 방송·경고 사격에 대해서도 군은 정당한 방어적 조치라는 입장이다. 국방부는 앞서 북한군의 MDL 침범을 예방하고 침범한 병력을 퇴거시키기 위한 작전이라며, 이를 빌미로 북한이 추가 도발에 나서면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이날 대남 확성기 재개를 언급한 김 부장의 담화와 관련해 "불과 1년여 전 서로를 향한 확성기 방송으로 남북 주민 모두가 고통을 겪었다"며 "이러한 과거의 잘못을 다시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전협정을 위반하고 긴장과 충돌 위험을 키우는 행위도 즉시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북측은 우리에 대한 위협을 멈추고, 실효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여부에 대해서는, 관계 부처와 함께 검토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통일부는 북한이 전날 대남 확성기 가동과 관련해 가동 상태를 언급한 후 이날 임무 대기 태세라고 밝힌 부분에 대해서는, 향후 긴장 국면이 우리 측 정부 태도에 달려있다는 점을 시사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북한의 잇단 대남 확성기 재개 예고는 이재명 정부의 '데탕트'를 상징하는 확성기 방송 중단을 겨냥한 압박으로도 해석된다.

확성기 중단은 이재명 정부 대북 정책의 출발을 알린 상징적 조치로 거론된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일주일 만인 지난해 6월 11일 대북 확성기 방송 중지를 지시했다. 당시 대통령실은 군사적 대치를 완화하고 상호 신뢰 회복의 물꼬를 트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튿날 북한의 대남 소음 방송도 멈추자, 통일부는 긴장 완화와 신뢰 회복의 의미 있는 계기로 이를 평가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북한의 확성기 재개 예고에 국경 요새화 공사를 보호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분석한다. 우리 군의 경고 방송과 사격을 재개 명분으로 삼아 현장 대응을 억제하려 한다는 것이다.

확성기를 먼저 중단한 정부가 이를 번복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용한 압박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남북 연락·대화 채널이 끊긴 상황에서 맞대응이 이어지면 긴장 고조가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목표는 충돌이 아니라 우리 군의 경고 사격의 빈도를 낮춰 동절기 전 공사를 마치는 것"이라며 "억제 신호와 자제 선언을 함께 내보내 우리 측의 선택 비용을 높이는 방식을 채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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