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열풍 속 미래 고등교육의 새로운 표준 모색…"AI는 보조자일 뿐, 인간다운 성찰과 증거 기반 남겨야"

  • '2026 태재미래교육포럼' 21~22일 열려…에듀테크 기술과 미래 고등교육의 결합 및 실천적 대안 모색

  • 인지 외주화·지식 암기 탈피…"사고 주체로서의 학습자 보장과 AI-LMS 기반 맞춤형 교육 시급"

  • 흩어진 대학 경험을 증거 기반 역량으로…오픈배지·표준 데이터 생태계 구축이 혁신의 열쇠

태재대학교와 태재미래전략연구원이 21일부터 22일까지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실에서 ‘태재미래교육포럼 2026’을 개최한 가운데 노원석 레코스LECOS 대표가 ‘대학의 모든 경험을 가치로 증명하다 오픈배지와 역량생태계’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준환 기자
태재대학교와 태재미래전략연구원이 21일부터 22일까지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실에서 ‘태재미래교육포럼 2026’을 개최한 가운데, 노원석 레코스(LECOS) 대표가 ‘대학의 모든 경험을 가치로 증명하다: 오픈배지와 역량생태계’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준환 기자]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지식 전달과 인지 노동을 급격히 대체하는 전환기 속에서, 미래 교육의 본질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학습자가 주체적인 사고력을 유지하고 스스로의 성장을 증명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는 교육공학계와 에듀테크 전문가들의 공통된 제언이 나왔다.

태재대학교와 태재미래전략연구원이 21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실에서 개최한 ‘2026 태재미래교육포럼’ 둘째 날 세션에서 연사로 나선 5인의 교육·에듀테크 전문가들은 대학 현장에 무분별하게 도입되는 AI 기술의 맹점을 짚고, 학습자 중심의 교육 혁신과 역량 증명 체계 구축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원도연 태재대 AI교육연구센터장 “AI 과의존은 ‘인지적 외주화’ 초래…학습자를 사고의 주체로 세워야”
원도연 태재대 AI교육연구센터 센터장은 ‘AI로 확장되는 액티브 러닝: 학습자를 사고와 판단의 주체로 남게 하기’를 주제로 첫 번째 발표를 맡았다. 

원 센터장은 산업혁명기의 표준화 및 1980년대 ICT 혁명기에서 나타난 ‘자동화의 역설’이 현재 교육 현장에서도 ‘AI 증강의 역설’로 재현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AI가 인지적 생산성을 극적으로 끌어올리는 반면, 인간 고유의 사고와 추론 경로를 건너뛰게 만들어 실제 학습자의 역량 축적 기회를 박탈한다는 지적이다.

원 센터장은 교육 현장에서 나타나는 AI 과의존의 대표적 위험으로 ▲스스로 고민하지 않고 사고를 넘겨버리는 ‘인지적 외주화’ ▲AI 생성 답변만을 맹신하며 비판적 검증을 멈추는 ‘메타인지적 환영 및 권위 편향’ ▲사고의 폭이 좁아지는 ‘인지적 협착’을 꼽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실증적 대안으로 태재대의 ‘인사이드 태재(Inside Taejae) 프리칼리지(Pre-College) 교육 모델’ 원칙을 제시했다. 원 센터장은 “수업 설계에서 AI는 전적으로 ‘사고 파트너’로만 국한되어야 한다”며 “문제에 직면했을 때 첫 질문과 초기 판단은 반드시 학습자가 스스로 내리고, AI의 산출물을 다시 비판적으로 성찰(Reflection)하는 장치를 수업 전반에 의무적으로 배치했다”고 밝혔다.

실제 레슨플랜 사례에서도 AI는 ‘메타인지 모니터링 거울’, ‘서사적 공백을 채우는 대안 시나리오 생성자’, ‘창의적 형상화를 돕는 시각화 파트너’ 등 특화된 인지적 보조 역할로만 제한된다. 원 센터장은 “수업 데이터 네트워크 분석 결과, 학생들이 AI와 함께한 학습 활동을 스스로 돌아보는 성찰과 자기주도적 학습 경로를 확보했을 때 성취도와 가장 강력한 상관관계가 나타났다”며 학습자의 주체적 인지 노력을 담보하는 수업 설계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김성제 라이너스 회장 “공교육의 메스 퍼스널라이제이션(대규모 개별화), AI-LMS가 해법”
김성제 라이너스 회장前 한양사이버대학교 부총장이 ‘대학 내부에서 본 미래교육 AI-Connected University의 청사진과 실증’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준환 기자
김성제 라이너스 회장(前 한양사이버대학교 부총장)이 ‘대학 내부에서 본 미래교육: AI-Connected University의 청사진과 실증’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준환 기자]
김성제 라이너스 회장(前 한양사이버대학교 부총장)은 ‘대학 내부에서 본 미래교육: AI-Connected University의 청사진과 실증’을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김 회장은 19세기 프로이센식 산업화 모델에서 출발한 현대 공교육의 ‘매스 스쿨링(Mass Schooling, 대중교육)’ 구조가 안고 있는 근본적 한계를 직격했다.

김 회장은 “학생마다 적성과 학습 속도가 천차만별임에도 같은 교과서, 같은 진도, 같은 시험을 강요하는 획일화가 교육 격차를 고착화시켰다”며 “가장 심각한 문제는 지필고사나 수능처럼 측정하기 쉬운 지표에만 매달리는 ‘대리 평가지표(Measurable Proxy)’의 팽배”라고 비판했다. 토익 점수가 높아도 실전 영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것처럼, 안전한 시험 점수 뒤에 숨겨진 결과주의가 교육의 본래 목적을 훼손하고 있다는 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이 같은 구조적 모순을 깨뜨릴 열쇠로 ‘AI-LMS(인공지능 기반 학습관리시스템)’를 꼽았다. 교사 한 명이 수백, 수천 명의 눈높이를 일일이 맞추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만, AI-LMS와 에이전트 인프라가 결합되면 수만 명에게도 동시에 맞춤형 피드백을 제공하는 ‘매스 퍼스널라이제이션(Mass Personalization, 대규모 개인 맞춤형 교육)’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학습의 진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공교육 진정성 아키텍처’를 제안하며 “단순 암기용 지필평가를 넘어 학생 본인의 실제 학습 노력이 투입되었는지를 증명하는 ‘평가 진정성’과 ‘증거(Evidence) 기반 평가’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학 행정 전체를 한꺼번에 바꾸려 하기보다, 교수 1명과 튜터, AI 트윈이 결합된 수업 단위의 ‘작은 성공(Model Success)’ 사례를 먼저 축적하고 확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원석 레코스 대표 “흩어진 대학 경험을 증거 기반 가치로…‘오픈배지’로 4년의 ‘역량 오디세이’ 완성”
노원석 레코스(LECOS) 대표는 ‘대학의 모든 경험을 가치로 증명하다: 오픈배지와 역량생태계’를 주제로 발표하며, 미래 교육을 지탱할 패러다임 전환을 강조했다. 

노 대표는 “현대 기업들은 신입사원을 채용해 오프라인 연수원에서 오랜 기간 재교육할 여유가 없다”며 “단순히 전공 수업을 듣고 정형화된 학점을 이수한 졸업생이 아니라, 현장에서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인재를 요구하고 있다”고 서두를 열었다.

노 대표는 AI 시대 미래 교육이 지켜내야 할 핵심 가치로 ▲인간다움(Humanity: 비판적 사고, 창의성, 윤리성) ▲학습자 주도성(Agency: 선택, 도전, 경로 개척) ▲신뢰(Trust: 근거 기반의 투명한 증명) 세 가지를 들었다. 그러면서 “대학 4년 동안 학생들은 정규 강의실 밖에서 프로젝트, 인턴십, 글로벌 챌린지, 연구, 리더십 등 무수히 값진 배움을 얻지만, 기존의 성적표는 이 풍부한 경험을 단 몇 줄의 좁은 학점으로 축소해 ‘경험은 풍부하나 증명은 빈약한’ 모순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노 대표는 국제 기술 표준에 기반한 ‘오픈배지(Open Badges)’를 제시했다. 오픈배지는 단순한 디지털 이미지나 상장이 아니라, 수여자와 발행기관, 충족한 성취 기준, 산출물 및 관찰 기록 등의 메타데이터가 검증 가능하도록 담긴 ‘증거 묶음(Verifiable Evidence Pack)’이라는 게 노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학습자의 경험이 가치로 공인되기까지의 5단계 로드맵으로 ‘경험(Experience)→증거(Evidence)→역량(Competency)→배지(Credential)→기회(Opportunity)’ 구조를 제시했다.

노 대표는 “대학의 기존 레거시 시스템을 무리하게 바꿀 필요 없이, LMS와 학생정보시스템 등 분산된 데이터를 ‘에비던스 허브(Evidence Hub)’로 연계하고, 교육 기술 국제 표준인 CASE(역량 프레임워크), Open Badges 3.0(검증 가능한 자격증명), CLR 2.0(종합학습기록) 체계로 묶어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학생의 대학 4년을 1학년 질문·검증(Critical Inquiry)부터 2학년 AI 협업(AI Collaboration), 3학년 글로벌 도전(Global Challenge)과 현장 실습(Applied Practice), 4학년 통합적 시스템 리더십(Systems Leadership)으로 이어지는 한 편의 ‘오디세이(Odyssey)’ 서사로 엮어낼 때, 배움은 학생의 온전한 평생 자산이 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노 대표는 배지 설계의 4대 원칙으로 ▲활동과 역량을 엄밀히 분리하는 ‘증거 우선(Evidence first)’ ▲대학 핵심 역량 기준과 맞추는 ‘역량 정렬(Align to competency)’ ▲특정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는 ‘개방성과 이동성(Open & portable)’ ▲최종 판단과 설명 책임은 교육자가 맡는 ‘인간의 판단(Human judgment)’을 강조하며, “AI는 역량을 추천하고 해석할 수 있지만, 최종 증명은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와 인간의 증거가 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훈 러닝스파크 대표 “대학의 AX 추진, 인프라와 거버넌스의 ‘AI 레디니스’ 성찰해야”
​​​​​​​또 다른 연사인 정훈 러닝스파크 대표는 ‘대학의 AX를 지원하는 IT서비스 동향’을 주제로 발표하며 고등교육 기관의 철저한 자기 점검을 주문했다. 

정 대표는 “미래 일자리는 단순 반복 작업이 AI로 대체되고 고도의 복잡성을 띤 문제 해결 중심의 ‘메시 잡(Messy Job)’으로 재편되고 있다”면서 “과연 현재 대학들은 이러한 사회적 요구와 디지털 전환(AX)을 감당할 ‘AI 레디니스(AI Readiness)’를 갖추고 있는지 자문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유네스코(UNESCO) 보고서 등을 인용하며 프라이버시, 알고리즘 윤리, 접근 격차, 데이터 거버넌스, 대학 사회의 최대 현안인 ‘아카데믹 인테그리티(학문적 진실성)’의 중요성을 짚었다. 그는 “단순히 상용 LLM 툴을 도입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되며, 대학 내 분산된 학사·행정 레거시 시스템 간 상호운용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 표준과 데이터 사전 정비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일회성 대형 사업보다는 지속적인 개선과 실험을 반복하는 ‘파일럿’ 중심 거버넌스를 통해 대학 전반의 실행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찬필 피클랩 대표 “학습과학과 AI의 결합, 인지 과정 설계를 지원하는 에듀테크”
​​​​​​​정찬필 피클랩 대표는 ‘PICL: 학습과학이 AI와 만날 때' 강연을 통해 플립드러닝(Flipped Learning, 거꾸로 교실)과 인지과학 이론의 융합 효과를 소개했다. 과거 다큐멘터리 PD 출신인 정 대표는 교실 현장에서 플립드러닝을 적용했을 때 잠자던 학생들이 스스로 탐구하며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냈던 실증 사례들을 공유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 ‘2026 태재미래교육포럼’은 세계적으로 생성형 AI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국내 고등교육이 나아갈 본질적 방향과 핵심 가치를 조망하기 위해 마련됐다. 양일간 국내외 대학 총장 및 석학, 글로벌 에듀테크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여 기술 종속적 교육을 경계하고, 기술을 목적 달성을 위한 도구로 통합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공유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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