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개발사업을 추진하며 지급한 토지보상금이 다시 투기자금으로 둔갑돼 땅값 상승을 부추기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각종 개발사업에 따른 토지수용 등으로 시장에 풀린 토지보상금이 30조원에 달하지만 정부가 이 자금이 투기자금으로 변질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도입한 대토보상 및 채권보상 실적이 극히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3일 국토해양부가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가 지급한 토지보상금은 모두 29조6천182억원으로 추정돼 전년(29조9천185억원)에 이어 2년 연속 30조원에 육박했다.
반면 토지보상금이 다시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드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된 대토보상제와 채권보상제는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부터 시행된 대토보상제는 토지를 먼저 수용한 뒤 토지소유자에게 현금 대신 '개발된 땅'으로 보상해주는 제도로 도입 당시 원주민의 재정착 지원 및 재투기방지 효과 등으로 부동산 시장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정부는 이 제도를 도입하면서 전체 보상금 가운데 대토보상률이 30%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대토보상을 처음 시행한 양주 옥정지구의 경우 400억원에 해당하는 용지에 대해서만 대토보상 신청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 지구의 전체 토지보상금 1조6천억원의 2.5%, 토지공사가 대토보상용으로 책정한 용지(4천여억원 상당)의 10%에 불과한 저조한 실적이다.
이처럼 대토보상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것은 비인기지역의 경우 '개발된 땅'을 받아도 땅값이 오른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채권보상제도 유명무실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1991년 도입된 채권보상제는 토지소유자가 원할 경우 보상금을 채권으로 지급하는 제도다. 지난 2006년부터는 부재지주가 받을 토지보상금 가운데 1억원 초과분에 대한 채권보상을 의무화했지만 같은 해 지급된 전체 보상금 가운데 채권으로 지급된 금액은 5%에 그쳤다.
토지보상금이 1억원이 넘는 부재지주가 많지 않은 데다 지금까지 자발적인 채권보상 희망자가 전혀 없을 정도로 채권보상 자체의 매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현지인이 채권보상을 받을 경우 현재 적용되는 3년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아닌 3년만기 국고채 금리가 적용되도록 하는 '토지보상법 개정안'이 의원입법으로 발의돼 국회를 통과했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하면 국고채 금리가 정기예금 금리보다 0.61%포인트 높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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