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를 신용카드로도 결제할 수 있게 하라는 금융감독원과 이를 거부하는 보험사 간의 신경전이 한창인 가운데 보험 관련 시민단체들이 이에 대해 엇갈린 주장을 펼쳐 소비자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3일 보험소비자연맹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에 따르면 시민단체들은 보험료 카드 납부에 대해 각각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주장과 소비자 편익에 반하는 행위라는 입장으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보소연은 보험료 카드 납부를 허용한 금감원의 조치에 반대하고 있다.
카드로 보험료를 납부하게 되면 카드수수료 부담으로 인해 보험사들이 보험료 인상에 나서게 돼 결국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 보험사들은 2006년 기준으로 총자산 수익률이 평균 5.7% 수준인 만큼 연 3~4% 수준인 카드수수료를 고스란히 내면서 보험료를 카드로 받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보험사들은 금감원이 카드수수료 인하 없이 보험료 카드 납부를 밀어붙이면 보험료를 인상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소연은 카드수수료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시키려는 보험사들을 비판하면서도 보험료 인상이 현실화 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조연행 보소연 사무국장은 "수익성 악화를 걱정하는 보험사들이 보험료 인상에 나설 것은 불 보듯 뻔하다"며 "결국 카드 결제에 따른 비용을 소비자가 부담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조 사무국장은 "카드수수료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보험료 카드 납부를 강행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금감원은 무엇이 소비자를 위한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국내 대표적인 경제 관련 시민단체인 경실련은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신용카드 가맹점에 가입돼 있는 만큼 카드 수납을 거부하는 것은 명백한 위법 행위라는 입장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르면 신용카드 가맹점이 카드 결제를 거부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경실련은 보험사의 카드 수납 거부는 소비자 편익에 반하는 행위이며 다른 산업과의 형평성 문제도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엄격히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건호 경실련 경제정책팀 부장은 "카드수수료 부담을 이유로 보험료를 카드로 받지 않겠다는 것은 소비자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마찬가지로 카드수수료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다른 산업이나 영세자영업자들과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 부장은 "정부가 사회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신용카드 사용을 권장하고 있는 만큼 보험사도 이에 따라야 한다"며 "카드수수료 문제는 카드사와의 합리적인 조정을 통해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지난해 9월 카드 수납 거부는 여전법 위반 사항이라며 재발 방지를 권고하는 지도공문을 각 보험사에 발송한 바 있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이를 무시하고 여전히 보험료 카드 납부를 기피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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