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무원 살생부 공포에 '피마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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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03-04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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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조직개편이 이루어지면서 각 부처에 퇴출공포가 휘몰아치고 있다. 공무원이 철밥통인 시대는 이제 '추억'이 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작은 정부 지침에 따라 둘 또는 그 이상 부처가 합쳐진 곳은 자연스럽게 정원 초과 인원이 발생했고, 행정안전부에 통합된 중앙인사위원회는 잉여 인원의 처리지침을 일선부처에 내려보내 '어떻게든' 처리할 것을 요구했다.

부처들은 태스크포스 등을 만들어 남는 인원을 흡수한다는 계획이지만 초과인원이 많은 곳은 명예퇴직 등의 강제정리도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일선 공무원들은 '살생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국장급 이상 고위공무원들은 자리가 현저하게 줄어드는데다 보직을 받지 못하면 마냥 대기하기도 어려워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장급 이상 경쟁 심해=4일 정부 각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의 정원은 909명(복권위원회 26명, 자유무역협정 국내대책본부 37명 포함)으로 기존의 1천49명(재경부 540명, 기획처 439명, 국무조정실.과학기술부 70명)에서 140명이 줄어든다.

기획재정부는 일단 이번주 중 외청 인사가 실시되면 1급 및 국장급 후속인사도 일제히 실시할 계획이다. 이러한 조직개편과 인사가 마무리된 뒤 남는 인력은 각 과제별 태스크포스(T/F) 등을 구성해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 확충이나 고령화 문제 등 검토가 필요했지만 인력부족으로 하지 못했던 과제들에 대해 우선적으로 T/F를 구성하고 여기에 남는 인력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장 국장급 이상 간부들은 통합 이후 10자리 정도가 부족해 누가 탈락할 것인지를 놓고 눈치작전을 벌이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한 간부는 "아직 외청장 인사도 나지 않아 누가 어디로 갈지, 몇 명이 나갈지 등이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간부들은 저마다 자신은 꼭 필요한 인력으로 승진 또는 유임이 당연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현실은 냉혹해 보인다"고 말했다.

국토해양부도 고위공무원을 포함해 정원을 527명이나 줄여야 하기 때문에 대대적인 인사태풍이 뒤따를 수 밖에 없다. 

본부 1급 자리는 6개에서 5개로 줄어드는 데 현재 1급 중에서는 절반 이상이 옷을 벗을 것이라는 관측이 일고 있다. 1급들에 대한 대대적인 정리가 없으면 2급이하 공무원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더욱 힘들어지기 때문에 첫 단추를 잘 꿰려면 1급들의 대폭적인 물갈이가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1급들은 정계, 관계의 인맥을 동원해 치열한 살아남기 경쟁을 하고 있다.

고위공무원단이 32명에서 25명으로 7명이나 줄어듦에 따라 고위공무원 신분을 유지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현재 고위공무원중 일부는 1급으로의 승진을 기대하기도 하지만 승진을 못할 경우에는 현재의 보직만이라도 지키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빠르면 이번 주말, 늦어도 다음주 초까지는 국장급 인사를 마무리하고 다음주 말까지 과장급 인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음주까지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보직 없으면 구조조정" 인식=교육인적자원부, 과학기술부가 통합된 교육과학기술부도 지난달 29일 차관 인사에서 교육담당인 1차관 자리에 행시 24회 출신인 우형식 대학지원국장이 깜짝 발탁되면서 선배기수들인 1급 간부들이 잇따라 사표를 제출하는 뒤숭숭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1급 뿐 아니라 국장과 과장 이하 직원들 역시 예고된 인력감축 및 이동을 앞두고 잔뜩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인사, 감사, 공보 등 업무가 중복되는 부서를 포함해 기존의 국ㆍ과가 상당수 통합ㆍ폐지되면서 감축되는 인원은 총 392명에 달하고 이중 교육부 본부만도 120명 가량이나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번 인사에서 보직을 받지 못하면 사실상 '구조조정' 대상이 되는 것이나 다름없어 직원들은 과연 누가 '구조조정 명단'에 오를 것인지를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직원은 "교육부에 있으면서 이 정도의 대규모 인력조정은 처음"이라며 "10년 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하던 일이다. 이제 더이상 공무원도 안정된 직업이 못되는 것 같다"며 씁쓸해 했다.

지식경제부도 명예퇴직 등을 통한 '강제정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소속을 제외한 조직의 정원은 1천249명이지만 부처 통합으로 인해 배속된 인원은 모두 1천330명으로 조직상 정원을 넘은 81명을 어떤 형태로든 정리해야 할 형편이다.

지경부는 새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규제개혁과 관련, 태스크포스형 조직을 둔다는 잠정방침을 세워두고 있고 이 조직이 업무 성격상 많은 손발을 필요로 하는 만큼, 잉여인력을 여기서 최대한 흡수한다는 방침이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할 것으로 보고 명예퇴직을 검토하고 있다.

◇ "중하위직만 희생" 주장도=농수산식품부의 경우 본부 정원이 679명으로 확정돼, 기존 농림.해양 두 부처 본부 인력 755명 가운데 76명의 자리가 없어진다. 

일단 초과 인력은 홍보지원.규제개혁.새만금사업지원.식품산업육성 등 여러 태스크포스에 나눠 편입될 예정이나 일부 명예퇴직 형식의 감원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감원이 있더라도 국장급 이상 고위공무원단 소속 관료들은 대부분 보직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해양수산부의 수산 기구가 별다른 감축없이 그대로 더해진데다, 새로 만들어진 식품산업본부에도 국장급 이상 인원의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점 때문에 행정부공무원노동조합은 이번 조직 개편 과정에서 중.하위직만 희생양으로서 대량 감원되고 고위 공무원들은 살아남는다며 그 대표적 사례로 국토해양부와 농수산식품부를 거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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