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사업 분야에서 확고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알짜 중견기업들의 금융업 진출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기존 금융회사를 인수하거나 신규 금융회사를 설립하는 등 금융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 新 수익원 창출이 목적
금융시장 진출을 추진 중인 중견기업들은 대부분 제조업 분야에서 기반을 쌓은 업체들이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기존 사업 분야가 포화 상태에 달하거나 중국 등 신흥공업국의 약진으로 시장이 축소되면서 어려움을 겪어왔다.
새로운 수익원 창출에 고심하던 이들 업체들이 부가가치가 높은 금융업으로 눈을 돌린 것은 당연한 결과다.
레미콘 업계의 라이벌인 유진그룹과 아주그룹은 각각 증권사와 캐피탈을 인수하면서 금융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53년 전통의 서울증권을 인수한 유진그룹은 지난 1월 사명을 유진투자증권으로 바꾸고 1천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추가로 발행하는 등 사세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진그룹은 금융업 확대를 위해 증권사와 보험사 등을 추가로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유창수 유진투자증권 부회장은 "유진투자증권의 발전 전략은 인수합병(M&A)을 통한 성장"이라며 "2009년까지 증권업계 5위 안으로 진입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 2004년 아주오토리스를 설립하면서 금융업에 뛰어든 아주그룹은 이듬해 업계 2위 업체인 대우캐피탈을 인수하면서 주력 사업 분야를 금융업으로 전환했다.
아주그룹은 지난달 기술신용보증기금의 자회사인 기보캐피탈을 1천200여억원에 인수하면서 기존 할부금융과 리스업에서 벤처캐피탈 분야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아주그룹은 여신 뿐 아니라 수신기능 강화를 위해 저축은행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아주그룹은 지난달 '리딩밸류'라는 사모펀드(PEF)에 출자해 영풍상호저축은행 지분을 간접적으로 인수했다.
식품업계의 터줏대감인 농심은 지난해 10월 약 200억원의 자금을 들여 할부금융사인 농심캐피탈을 설립했다.
농심 관계자는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보유 자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라고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제약업체인 한미약품과 LCD부품 생산업체인 테크노세미켐도 지난해 각각 림스캐피탈과 나우아이비캐피탈을 설립하고 금융업에 진출했다.
특히 테크노세미켐은 올해 밀양상호저축은행 등 금융계열사를 나우아이비캐피탈 산하로 옮기고 금융계열과 제조업계열을 분리시킨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 금융시장 경쟁 격화…장밋빛 환상 버려야
중견기업들이 금융시장으로 몰려가는 상황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이미 과당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는 금융시장에서 새로 진출한 업체들이 원하는 수준의 수익을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중견기업들이 주로 관심을 갖고 있는 저축은행이나 캐피탈은 이미 중소형사들이 난립해 있는 상황"이라며 "출혈경쟁을 벌이다가 오히려 수익성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조업체가 금융사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제조업과 금융업은 완전히 다른 업종"이라며 "금융업은 리스크가 큰 업종인 만큼 중견기업들이 자금력만 믿고 무작정 덤비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 '아주뉴스'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