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 김기영 '하녀' 복원판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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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05-2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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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회 칸 국제영화제의 '칸 클래식' 프로그램에 초청된 김기영 감독의 '하녀'(1960년) 복원판이 21일 오후(현지시각) 처음 공개됐다.

이 영화는 한국영상자료원이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세계영화재단(WCF)으로부터 후원을 받아 복원한 작품. 1982년 원본 네거티브 필름 일부가 발견됐으며 이후 1990년 발굴된 원본 프린트가 이를 보완했다.

그러나 뒤에 발견된 프린트는 해외 영화제 출품용이라 영문 자막이 들어가 있고, 영상자료원은 이날 자막을 미처 지우지 못한 상태에서 영화를 상영했다. 영상자료원은 서울대 연구팀에 영상에서 자막을 지울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의뢰, 올해 말까지 작업을 마칠 계획이다.

110분짜리 이 영화는 화면 3분의 2가량은 화질이 상당히 깨끗하지만 뒤에 발견된 프린트의 장면들은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다. 또 일부 장면에서는 말소리가 끊기는 등 음향도 불안정하다. 그러나 관객의 반응은 필름 상태와 관계 없이 열정적이었다.

줄거리는 음악교사 동식(김진규)이 힘든 부업으로 몸이 약해진 아내(주증녀)를 위해 집에 하녀(이은심)를 들이지만 이 하녀와 하룻밤을 보내면서 온 집안 식구들이 파멸로 향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로테스크한 분위기가 계속되는 이 영화는 남녀 및 가족간 권력 관계를 보여주는 동시에 사회 계급 문제도 건드린다. 또 1960년 영화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독창적인 미장센과 재치 있는 대사가 돋보인다.

이번 영화제에 참석하지 못한 스코세이지 감독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이렇게 훌륭한 영화의 복원을 우리가 지원하게 돼 자랑스럽다"며 "김기영 감독은 박찬욱ㆍ봉준호ㆍ임상수 감독 이전에 이미 독창적인 스릴러로 해외에 잘 알려졌었다"고 소개했다.

상영을 시작하기 전 조선희 한국영상자료원 원장이 무대에 올라 작품과 복원 과정을 소개했으며 복원 작업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상영하게 된 점에 대해 관객의 양해를 구했다.

관객 반응은 뜨거웠다. 상영관인 살 뷔누엘의 400석 가운데 350석이 들어찼다. 그 가운데 한국인은 10여 명에 불과했고 외국인 관객이 대부분이었다.

장면 장면 한국의 1960년대 상황을 그대로 반영한 영화라 외국 관객에게 다소 생소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관객은 영화의 감정선을 잘 따라잡는 모습이었다.

세 주인공이 파멸로 향하는 부분에서는 객석에 탄식이 나왔으며 기괴한 분위기를 단숨에 뒤엎고 유쾌하게 마무리 짓는 마지막 반전 부분에 이르러서는 폭소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브라질에서 영화 편집 일을 하는 이시스 멜로 씨는 "영화제 안내 책자에서 우연히 영화에 대한 정보를 얻고 브라질 영화와는 전혀 다를 것 같다는 기대로 찾아왔다"며 "대단히 아름답게 촬영됐고 스토리가 '쿨(cool)'하며 마지막 장면이 특히 재미있다"고 말했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기 무섭게 객석에서는 큰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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