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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추월했으나 정부는 이를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부텍사스산 중질유는 배럴당 134달러, 국내 정유업체들이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산도 123달러에 이르면서 뉴욕 증권거래소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급락하는 등 고유가 여파가 알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산업용 수요가 많은 국내 경유 가격은 휘발유 가격을 이미 추월했다고 업계는 전했다.
이에 따라 국제 투자은행 중 하나인 메릴린치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5.5%에서 4.8%로, 노무라는 4.9%에서 4.0%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실제 국내 경상수지는 지난 1분기 적자규모가 51억6000만달러로 작년 동기대비 3배 이상 급증했다.
그러나 정부는 고유가 대해 손을 놓고 있다.
이재훈 지식경제부 2차관은 “국내외 경유 가격 급등은 중국의 정제시설 보수와 함께 중국 등 신흥 공업국가의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한데 따른 것”이라며 “중국 시설보수가 이달 말에 끝나기 때문에 정부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최근 말했다.
그는 또 “아직 국내 석유제품의 조세 체계를 바꿀 때는 아니다”고 말해 석유 가격을 인하할 계획이 없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업계의 입장은 이와는 다르다.
업계는 경유 가격 급등은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Brics) 등 신흥 공업국가의 수요 급증도 원인이지만 정부가 석유 제품에 부과하는 세금을 과다하게 올렸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해 휘발유 가격 대비 경유 가격을 85%까지 인상하는 석유가격 세제 개편을 위해 경유에 매기는 세금을 대폭 올렸다”면서 “이후 국제 석유가격 인상으로 국내 정유사들은 경유 공장도 가격을 올렸고, 최근 국제 유가 상승과 맞물리면서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앞지르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석유 제품가격은 국제 시장의 흐름도 반영해야겠지만 정부가 국민 경제 안정을 위해서는 석유 세제를 대폭 낮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고유가에 따른 국민 경제 안정을 위해 지난 3월 석유 세제를 소폭 인하한 바 있으나 인하 효과가 없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입장이다.
한편, 삼성경제연구소는 1980년 2차 오일쇼크 때처럼 국제 유가는 아직 배럴당 151.65달러에 도달하지는 않았지만 현 추세대로라면 150달러도 멀지 않았다고 전망했다. 또 골드만 삭스도 6∼24개월 사이에 국제 유가는 150달러∼200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관련기사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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