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공정률 80% 이후 분양해야 하는 재건축 후 분양 물량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이 제도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재건축 가격 안정이라는 당초 도입 취지와 달리 선 분양에서 후 분양으로 바뀌면서 발생한 각종 금융비용의 상당부분이 일반분양가에 전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조합원들의 기대수익을 줄여 재건축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일반분양자들의 부담만 커졌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일반분양분을 종전의 선 분양(착공 이후)에서 후 분양으로 전환할 경우 일반분양 수입이 2년 정도 늦게 들어와 공사비에 대한 금융비용이 발생하고, 이것이 곧 조합원의 추가부담금 증가(수익 감소) → 재건축에 대한 기대가치 하락 → 집값 안정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아파트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최근 후 분양 아파트의 금융비용은 조합원이 아니라 일반 분양가에 전가되고 있다. 재건축 후 분양 제도가 재건축 조합의 이익 감소 효과는 미미한 반면 일반 분양가만 올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후 분양은 입주가 빨라 수요자의 자금 부담도 만만치 않다. 입주까지 6개월 남짓한 기간 동안 계약금부터 잔금까지 모두 준비해야 한다. 이 때문에 자금 마련에 실패한 당첨자들의 계약 포기가 속출할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해 인기리에 분양된 은평뉴타운 1지구의 경우 279가구가 계약을 포기했고, 예비당첨자도 142명만 계약해 137가구가 미 계약으로 남았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후분양은 가수요를 차단할 수 있지만 단기간에 목돈이 필요해 실수요자들도 자금마련이 부담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요즘처럼 주택 거래가 부진할 때는 살던 집을 팔지 못해 계약을 망설이는 경우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재건축에 들어갈 중. 고층 아파트의 경우 일반분양이 많지 않고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돼 마구잡이로 일반 분양가를 높이지는 못할 것으로 본다.
L건설회사 관계자는 "주택가격이 안정되면 일반 분양가도 마구 올릴 수는 없다"며 "분양가 상한제에 따른 손실도 큰 데다 후 분양까지 해야 해 재건축의 수입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해도 택지 비는 선분양보다 2년 정도 뒤인 후 분양 시점의 감정가로, 후 분양 금융비용을 건축비의 가산비로 인정해줘 일반분양가 인하 효과에 의문을 표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나비에셋 한광호 소장은 "재건축. 재개발이 활성화될 경우 집값이 떨어질 확률 보다는 오를 확률이 높다는 게 문제"라며 "후분양의 좋은 취지를 제대로 살리려면 실수요자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보완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choimj@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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