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인플레 위기로 위기를 맞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30일 유가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 프랑스 농부들 모습./AFP=연합 |
유럽이 흔들리고 있다. 원인은 바로 고공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는 유가다. 정책 당국이 유류세 인하를 검토하고 각종 대책 마련에 팔을 걷어부쳤지만 기름값 폭등에 성난 민심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최근 프랑스를 비롯해 스페인, 이탈리아, 벨기에, 포르투갈 등 유럽 주요 국가에서는 어민과 트럭 운전사들이 연료 값 인상에 항의하는 시위 또는 파업을 벌이고 있다.
BBC 등 주요 언론에 따르면 포르투갈에서는 전국의 어민들이 파업에 나서 모두 조업을 거부했으며 스페인에서는 7000여명의 어민들이 농업부 청사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마드리드에서는 어민 수천여명이 농업부 청사 쪽으로 행진을 벌이면서 생선 20t을 시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항의 행사를 가졌다.
벨기에와 이탈리아 어민들 역시 정부가 긴급지원을 거부하면서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으며 곧 5000여명의 어민들이 파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프랑스 어민들은 몇 주일째 시위를 지속한 끝에 정부가 1억 유로(약 1500억원) 규모의 지원책을 마련하면서 그나마 한숨 돌린 상태다.
어민들의 시위에 정부가 강경한 입장을 취하지 못하는 것은 이들이 이른바 '생계형 시위'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가 배럴당 130 달러를 넘나들면서 선박 연료로 사용되는 디젤유 가격은 5년 전과 비교해 무려 300%나 급등한 상태다. 어민들은 생선 값은 별다른 변화가 없다며 정부당국에 보조금 지급 등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유럽 어민들의 파업은 최소 3주간 지속될 전망이다. 프랑스와 스페인, 이탈리아의 어민 지도자들이 유럽연합(EU) 수산장관 회의가 열리는 오는 23일까지 시위와 파업을 계속 벌여나가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연료값 급등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트럭운전사들의 시위도 확산되면서 영국과 네덜란드에서 트럭운전사들이 지난주 시위를 벌인데 이어 불가리아에서도 버스 운전사들이 30일 파업을 벌이는 등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하지만 EU 집행위원회는 어민과 트럭 운전사들이 대책의 일환으로 거론하는 보조금 지급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보조금 지급이 공급이 늘어나지 않고 수요가 확대되는 등 수급상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한편 장-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 겸 재무장관이 EU 차원에서 유류 부가가치세를 인하하자는 프랑스 정부의 제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주목된다. 관심을 모았다.
유로존 재무장관 모임 의장을 맡고 있는 융커 총리는 지난 30일 유가폭등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정치적인 해법을 모색해 보자는 프랑스의 아이디어는 토의해 볼 가치가 있으며 비상식적인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융커 총리의 발언이 1개월 뒤 EU 순회의장국을 맡을 예정인 프랑스가 유류부가세 인하방안을 계속해서 주장한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EU 차원에서 대책이 마련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문제는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지난 2005년 9월 영국 맨체스터에서 모임을 갖고 유가가 인상되더라도 유류세를 인하하지 않기로 합의한 '맨체스터 합의'가 여전히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융커 총리는 유류부가세 인하라는 프랑스의 제안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지만 '맨체스터 합의'로 인해 직접적인 세금 감면을 힘들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EU 차원에서 유류에 부과되는 부가세를 감면하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EU 차원에서 유류 대책 마련이 급박한 현안으로 등장한 것은 유로존 15개 국가의 물가상승률이 기록적인 고유가와 식료품가격 앙등으로 인해 5월 3.6%로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EU 통계국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5월 유로존 15개 국의 물가 상승률은 3.6%를 기록했다. 이는 전월대비 0.3%포인트 높은 것으로 는 유로화가 도입된 1999년 1월 이래 가장 높았던 지난 3월과 같은 것이다.
EU 지도자들은 오는 19~20일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고유가 등 물가안정 대책을 논의할 전망이어서 과연 대책 마련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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