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위기 여파로 글로벌 자본시장이 출렁이고 있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곳이 있다. 바로 '최후의 블루오션'이라는 아프리카다.
올들어 미국의 S&P500지수는 13% 하락한 상태. '세계 경제의 주축'으로 떠오른 중국 증시가 절반 가까이 하락한 것은 물론 브릭스라는 이름으로 고성장의 혜택을 누린 브라질과 러시아, 인도 증시 역시 올들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러나 가나 증시의 상황은 다르다. 올들어 가나증시의 올셰어 인덱스(All Share Index)는 63%나 상승했다.
광산업종과 그 밖의 상품 관련주가 가나 증시의 상승을 주도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글로벌 증시와는 정반대의 행보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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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높은 성장 가능성으로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
글로벌 투자자들이 가나를 비롯해 이집트와 케냐 등 아프리카 주요국 금융시장에 주목하는 등 아프리카가 21세기에 고수익을 안겨줄 수 있는 시장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것이다.
부족간 갈등과 민생 불안, AIDS 위험 등 아프리카가 해결해야 될 문제가 산적해 있는 상태지만 최근 월가의 주요 투자은행들과 헤지펀드 등 글로벌 큰 손들은 일제히 아프리카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프리카 투자를 주도하고 있는 투자기관 반 에크 글로벌의 찰 말란 아프리카 리서치 부문 책임자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아프리카는 1984년의 중국과 비교할 만하다"면서 "아프리카의 지도자들이 성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 특히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가나와 케냐,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주요국들은 SSA(아프리카 사하라사막 이남의 8개국, Sub-Saharan Africa)를 구성하고 경제 발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마치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ASEAN)이 1980년대 부상하기 시작한 것과 유사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당시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가 아시아의 '호랑이'로 불리며 동남아시아의 성장을 주도한 바 있다.
실제로 SSA의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평균 6.9%에 달하는 고성장을 기록했다. 이는 1980년대 아세안 국가들이 기록한 7%대 중반에 근접하는 것이다.
고성장에도 불구하고 물가는 안정되고 있다. 같은 SSA의 소비자물가는 7.3% 상승하는데 그쳤다. 이는 30년래 최저 수준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데이빗 넬러 아프리카 부문 전문가는 "1세대 신흥시장이 자본시장에서 해외 기관투자자들을 환영했듯이 아프리카 역시 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책적인 면에서도 글로벌 투자자들이 아프리카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프리카연합(AU)은 이미 아세안이 진행했던 교역과 경제 활동을 평가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하면서 배울 점은 확실히 배우겠다는 의지를 표출하고 있다.
아프리카 자본시장 역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하고 있다. GDP에서 증시가 차지하는 비중은 3년 전인 2005년에는 20%에 머물렀지만 지난해 불과 2년만에 60%로 치솟았다.
<사진설명: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의 수도 아부자 전경> |
아프리카 채권시장 규모 역시 큰 폭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9월 해외에서 실시된 7억5000만달러 규모의 가나 채권 발행에 몰린 자금만 32억달러에 달했다.
골드만삭스는 올초 발표한 '떠오르는 아프리카'(Africa Rising)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를 비롯한 주요 국가들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골드만삭스는 2006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을 기록한 10개국 중 3개국이 아프리카였다면서 앞으로 아프리카의 성장이 지속될 이유는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측은 아프리카에 대한 심도있는 전망 보고서를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반 에크 글로벌은 아프리카 대륙에 투자할 수 있는 아프리카 인덱스 ETF(상장지수펀드)를 개발했다. 주요 종목별로는 원유 탐사 기업인 '툴로우 오일'과 '퍼스트뱅크 오브 나이지리아'에 전문가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프리카 인덱스 ETF를 운용하고 있는 아담 필립스 매니저는 "6000~1만여개의 종목을 거래하고 있다"면서 "현재까지 성공적인 실적을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역시 아프리카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러시아 투자은행인 르네상스 캐피탈은 아프리카 주요국에서 120명의 전문가를 고용했다. 이는 전세계 직원 1000명 중 1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다.
르네상스의 데이빗 쿠즈나이크 국제 세일즈 담당 책임자는 "우리는 아프리카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러시아 증시가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상승했던 것처럼 아프리카 역시 강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낙관적인 전망을 밝혔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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