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자금의 대이동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金의 시대'가 다시 도래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발 신용위기 사태가 개선될 조짐이 포착되지 않으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금, 원유와 같은 상품 가격이 폭등하는 등 투자자금이 상품시장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2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금선물은 44달러가 넘게 올라 단숨에 900달러선을 돌파했다.
유가 역시 사상 최대폭으로 급등하면서 배럴당 110달러 내외의 움직임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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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신용위기 사태 악화로 글로벌 투자자금이 금과 같은 실물자산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 |
아시아 시장에서 장중 금과 유가가 각각 0.5% 내외의 조정에 들어갔지만 상품시장으로의 자금 이동은 이어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국내 금시장에서도 투자자금이 대거 몰리고 있다. 미국발 신용위기 먹구름이 걷히지 않으면서 증시가 급등락하고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이어지면서 금과 같은 실물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금을 구입하려는 고객들이 불과 2~3주만에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신한은행 상품개발부의 장선호 차장은 "금융위기가 촉발되기 전인 9월 초와 비교해 금을 구입하려는 고객이 2배 이상 증가했다"며 "최근 금융시장 불안으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자산인 금에 돈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값의 단기 변화를 노리는 것 보다는 장기 투자 목적으로 구입하는 것이 최근 추세"라면서 "아직 미국 구제금융의 실효가 나타나지 않아 시장의 불안이 해소되기까지는 이 같은 상황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올초까지 이어졌던 상품가격의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이 이어질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금융시장이 맥을 못추고 부동산 자산의 가치 역시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을 비롯한 실물자산의 매력은 더욱 높아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조종화 선임연구원 역시 "미국의 금융자산과 부동산 자산의 가치는 모두 하락하고 있다"며 "금융자산과 부동산 자산의 대체재인 금과 같은 실물자산에 자금이 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해 금값이 추가 상승할 것임을 시사했다.
금값 추가 상승 여부는 달러화 향방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메리츠증권의 신윤식 연구원은 "달러화 약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고객들이 펀드를 환매하고 보다 안정적인 자산을 찾는 추세로 이같은 현상은 장기화 될 전망이다"라고 예상했다.
한편 유가의 급등과 관련해 실물자산으로써 원유의 가격 급등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에너지정보통계센터 석유시장분석실 최성희 책임 연구원은 "실물자산으로써 원유 수요 거래 활성화에 따른 유가 급등은 추론일 뿐"이라면서 "실물자산으로써 유가 급등의 명확한 증거는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김유경, 정진희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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