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폭탄’ 정유업계 강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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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10-01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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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가가 한풀 꺾여 한숨 놓는 사이 환율 태풍이 불어 국내기업을 강타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5년4개월만에 장중 1200원대를 넘어서면서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내 주요 기업들이 큰 충격에 빠졌다.
  
특히 달러로 원유 수입대금과 석유제품 수출대금을 결제하는 정유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정유업계는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전체 700억~800억원 정도 손실을 보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환율은 지난해 연말(1달러당 약 930원)에 비해 30% 가까이 오른 수준이다.
 
그만큼 해외에서 수입하는 원자재나 중간재 구입 비용이 급격히 늘어났지만, 국내 내수시장의 경기 침체로 오른 비용을 제품 가격에 전가하기 쉽지 않아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유가 하락 속도보다 석유제품 가격의 하락 폭이 더 커지는 등 정제마진이 급격히 떨어지는 상황에서 설상가상격으로 환율까지 급등해 실적이 더욱 나빠지고 있다.
 
국내 정유업계는 원유 도입을 위해 2~3개월짜리 유전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늘 대규모 외화부채를 안고 있다.
 
SK에너지 측은 “현재 40억달러의 외화부채 중 9억달러는 헤지해 놓았지만 31억달러는 고스란히 환 위험에 노출된 구조”라고 설명했다.
 
정유업계의 한 전문가는 “SK에너지 31억달러, GS칼텍스 20억달러 등 국내 정유업계 전체가 70억~80억달러 규모의 외화부채를 지고 있다”면서 “환율이 1원 상승하면 70억~80억원씩 환차손이 발생하는 구조인데 하루에 수십원씩 환율이 오르면 그 피해가 어떻겠느냐”고 우려했다.
 
게다가 환차손은 ‘영업외손실’로 잡혀 제품 가격에 반영시킬 수도 없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대로 가다가는 수천억원대의 영업이익을 내고도 순이익은 마이너스로 갈 수밖에 없다”면서 “장치산업의 특성상 공장을 세울 수는 없고 당분간 손해를 감수하면서 생산에 임해야 한다”고 상황을 전했다.
 
원유구입 대금을 지불할 달러 자체를 구하기 어려워진 것도 정유업계의 고민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불거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달러 구하기가 한층 어려워졌다”면서 “평소 리보(Liborㆍ런던 은행 간 금리)+120bp 수준에서 조달하던 달러화를 ‘리먼 사태’ 이후에는 리보+320bp에도 구하기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한편, 정유사들의 정제마진이 줄어드는 등 여러 가지 대내외적 악재 속에서도 정부는 고유가에 따른 국민의 유가압박을 덜어주기 위해 각종 정책들을 펼쳐냈다.
  
정유사의 공급 가격을 월단위에서 주단위로 바꾸고 주별로 잠정치를, 월별로 확정치를 공개해 석유제품 가격을 비교해 볼 수 있도록 해왔다.
  
또 석유제품 관세율 인하와 유통업계 주유업 진출허가, 전국 주유소가격 비교사이트인 오피넷 운영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러나 정부의 인위적 개입이 낳은 결과는 냉랭한 시장반응 뿐이다.
 
서민을 위한 정책이라면 실제 피부에 와닿는 가격인하가 이뤄져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올 상반기에 정유사의 주유소 공급가격은 하락했으나 주유소에서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가격은 떨어지지 않았다. 시장의 논리가 아닌 인위적 정부개입이 능사가 아니란 점을 보여주고 있다.

김준성 기자 fre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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