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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대혼란 사령탑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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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10-12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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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정책기능을 통합기구 없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으로 나눠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에 제약이 있다는 지적이 거세다.

올들어 외국인은 금융위기 여파로 국내증시에서 33조300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고 전세계적 경기침체 속에 무역수지는 10년만에 첫 적자로 돌아서 적자규모가 142억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대외요인을 금융불안 주범으로 꼽고 있지만 정부부처간 불협화음 탓도 크다는 입장이다. 실제 부처간 공조를 이루지 못하고 환율폭등을 비롯한 금융불안 대응에 엇박자를 내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이 쌓이고 금융시장이 더 불안해지는 현상이 이어졌다.

◆부처간 엇박자 시장불안 증폭=12일 정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시장이 9월 위기설로 몸살을 앓았던 9월초 강만수 재정부 장관과 이성태 한은 총재는 환율정책을 놓고 엇갈린 발언을 했다. 강 장관은 "필요하면 외환시장 개입을 확실히 하겠다"고 밝혔으나 이 총재는 "환율상승 압력이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부처간 엇갈린 발언 뒤 외환시장이 더욱 깊은 혼란에 빠지면서 환율은 1400원대를 오르내리며 요동쳤고 주식시장은 잇따라 지지선이 무너지면서 순식간에 1400선에서 1200선까지 밀렸다.

재정부와 금융위가 각각 국제금융과 국내금융 기능을 나눠쥔 상황도 문제다. 정부 관계자는 "재정부는 국제기구나 해외파견 근무지를 놓치지 않기 위해 국제금융 부문을 지키려고 했다. 그 결과 지금과 같은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외 금융정책 분리가 신속한 정책대응을 가로막은 대표적 사례 가운데 하나가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 문제다. 강 장관은 올 4월 16일 키코 문제를 공식 언급했다. 당시는 달러당 900원대 중반이던 환율이 불과 보름 만에 1000원선을 돌파한 시점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금융기능이 없는 재정부가 키코 판매현황을 뒤늦게 안 것으로 보인다. 당국간 정보소통 병목현상으로 발생한 문제다"고 전했다. 금융위는 강 장관이 키코를 언급한 뒤 6개월이 지난 최근에야 대책을 내놨다. 사적계약에 대한 책임문제를 놓고 재정부와 금융위가 입장이 엇갈려 적기대응 기회를 놓친 것이다.

◆금융위기 사령탑 부재=강만수 장관과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지난주 열린 은행장간담회에서 각각 국제금융과 국내금융에 대한 담화문을 따로 발표했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한목소리를 내야 할 당국이 서로 자기 영역에 선을 긋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 컨트롤타워가 분리돼 있는 정부부처 시스템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이번 월가쇼크가 국제금융과 국내금융 분리로 인한 아킬레스건을 정확히 건드렸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증권사 애널리스트간담회 때도 정책 당국자로 신제윤 재정부 차관보와 이창용 금융위 부위원장이 따로 나왔다. 금융산업 선진화를 기치로 금융위가 출범했지만 여전히 재정부와 금융정책을 분점하는 모양새다.

현정부 조직개편에 참여했던 관계자는 "예상했던 상황 가운데 최악이다. 현재 시스템은 위기대처용이 아니라 금융산업 선진화용이라고 해야 맞다"고 전했다.

정부부처가 나뉜 상황에선 아무리 신속한 대응과 일관성을 강조해도 틈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경제부총리 검토할 때"=재정부(국제금융.재정)와 금융위(국내금융), 한은(통화정책)이 모두 반쪽짜리 기관이란 한계를 서둘러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과거 경제부총리가 경제현안에 대한 대처를 잘해왔다. 경제부총리제 신설 검토를 권고한다. 재정부 장관 교체를 비롯해 현 정부 경제팀이 시장신뢰를 잃은 것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윤증현 전 금감위원장도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많은 곳에서 나온다. 경제부총리와 같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곳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전 위원장은 "최근 투자은행(IB) 모델이 실패했다는 이야기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지금 외국 투자은행도 상업은행과 합쳐졌지만 위기가 가라앉으면 다시 독립을 모색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경제부총리 신설에 부정적이다.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장관을 바꾼다든가 부총리직을 신설한다고 복잡한 경제문제가 쉽게 풀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경제부총리가 있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면 금방이라도 하겠다. 예전에 경제 부총리가 있었어도 외환위기가 있었고 없을 때 아무 문제가 없기도 했다"고 전했다.

여당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지금 한창 폭풍속을 항해하고 있는데 어떻게 도중에 내리게 하느냐.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오히려 도와주는 게 옳은 길이다"고 말했다.

조준영 기자 jj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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