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산업에서 중국은 더 이상 가볍게 볼 상대가 아니다”
온앤온, 올리브데올리브, 더블유닷 등 3개 브랜드가 있는 보끄레머천다이징 이만중 회장은 중국에 처음 진출했던 10년 전과 지금을 비교하면 중국의 변화가 놀랍고 경이로울 정도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1999년 처음 갔던 중국에는 디자이너도 없고 소재 등 재료도 쓸만한 것이 10%도 안됐다. 하지만 지금은 50% 정도는 중국산을 쓸 정도로 발전했다”며 앞으로 중국 내 패션업계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중국의 잠재력을 생각한다면 가능성 있는 시장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그는 “중국 시장이 워낙 크고 패션산업도 연간 20% 정도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최근 서울 강동구 길동에 위치한 보끄레머천다이징 본사에서 만난 이만중 회장은 패션업계 회장답게 딱딱한 정장을 벗고 하늘색 줄무늬 셔츠에 녹색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그는 2년 전부터 CEO 자리에서 물러나 중국, 싱가포르, 러시아 등을 다니며 글로벌 경영에 대한 구상에 전념하고 있다.
이 회장의 보끄레머천다이징은 지난 1999년 중국에 진출한 패션기업으로 중국진출 1세대로 불린다. 진출 9년만인 올해 보끄레머천다이징은 중국에서 600억원 매출을 올렸다. 중국의 비용이 국내의 절반인 것을 감안하면 국내 연 매출 1200억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보끄레머천다이징은 중국에서 고가 전략을 내세워 106개 백화점 점포와 10여개 로드숍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1995년 한국 봉제산업이 붕괴하고 있다고 보고 현실적인 대안으로 중국시장을 주목했다. 중국을 생산기지이자 시장으로 본 그는 2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중국으로 건너갔다.
이 회장은 “80년대 중반 일본의 봉제산업이 붕괴할 때 일본기업들이 우리나라로 왔었다. 90년대 중반 우리가 일본의 길을 따라 걷고 있다고 보고 중국으로 진출을 결심했다”며 “기업이 글로벌화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걸 그때 절감했다”고 말했다.
중국 진출은 그리 만만치 않았다. 이 회장이 가장 먼저 부딪힌 문제는 중국 판매사원들에게 ‘서비스’에 대한 개념이 없는 것이었다. 사회주의의 배급 개념에 익숙한 그들에게 손님은 그저 돈을 내고 물건을 가져가는 사람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현지인들에게 ‘서비스’를 심어주기 위해 몸소 최고급 서비스를 체험토록 했다. 한국으로 초청해 특급 호텔에 묵게 하고 최고급 식사를 대접했다. 그리고 일반 호텔과 식당도 데려가 ‘서비스’의 차이를 느끼도록 했다.
이 회장은 “최고급 서비스를 받고 스스로 ‘서비스’가 무엇인지 알게했다”며 “교육을 시작한 이후 놀랍게도 매출이 2배 이상 성장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을 ‘정신혁명’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에 대한 그의 도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4년째 러시아 진출을 준비 중이며 6개월 전에는 미국사업부를 만들어 수출을 시작했다.
그는 인재를 키우기 위한 아낌없는 ‘투자’와 ‘가격 경쟁력 확보’, ‘사고의 혁신’을 글로벌 진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으로 꼽았다.
그는 또 “미국은 가격에 가장 민감한 시장이다. 미국에 처음 수출을 시작할 때 봉제비용까지만 18달러인 원피스를 16달러에 팔수 있도록 하라고 했더니 다들 미쳤다고 하더라. 하지만 결국 방법을 찾으니 16달러에도 팔 수 있었다”며 “남이 하는 만큼도 못하면서 남들 못하는 것은 어떻게 하겠냐”며 이를 ‘사고의 혁신’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뿌리가 튼튼해야 한다”며 국내 사업에 대한 애착도 드러냈다. 하지만 국내 패션업계가 모두 비슷한 디자인을 쏟아내는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최근 국내 브랜드들은 모두 비슷한 디자인을 하고 있어 자기 얼굴을 정확히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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