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나라당은 19일 원화 유동성 부족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내놨다.
그 내용은 ▲한은이 국채매입, 통화안정증권 중도환매 등을 통해 시중에 원화를 충분히 공급하고 ▲중소기업 대출을 확대하기 위해 기업은행에 1조원 정도를 현물출자해 12조원 정도의 중기 대출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로 은행들은 원화를 비교적 수월하게 확보할 수있게 됐다. 자금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들도 어느정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그러나 글로벌 신용경색에 따른 경기침체가 지속될 경우 중소기업들의 자금사정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원화 유동성 부족 어느 정도인가
그동안 원화유동성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많았다. 외화 유동성 부족사태가 원화 유동성 문제로 본격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원화 유동성 문제가 외환위기 때만큼 심각한 상황은 아니지만 경기 침체와 글로벌 신용경색이 지속되면 크게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원은 "환율이 급등하고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가 상승하는 모습은 외환위기 때와 유사하다"며 "다만 은행과 기업의 건전성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에 아직은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현재 CD와 은행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쉽지 않아 고금리 특판예금으로 돈을 끌어모으는 상황이다. 3개월 CD금리는 지난 17일 현재 연 6.10%로 전날보다 0.02%포인트 오르면서 2001년 1월19일(6.16%) 이후 7년9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남은 만기가 3개월인 은행채(AAA) 금리도 6.28%로 지난달 16일 5.63%에 비해 0.65%포인트나 상승했고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3년짜리 은행채 금리도 이 기간 연 6.72%에서 7.99%로 1.27%포인트 급등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중소기업들에 대한 공급을 줄이고 있다.
은행권의 중기대출은 지난 1∼7월에 월평균 5조9천억원이었으나 7월에는 6조원, 8월에는 2조6천억원, 9월에는 2조9천억원 등으로 줄었다. 특히 시중은행의 중기대출 비중은 7월 87.4%, 8월 72.4%, 9월 62.1%로 떨어지고 있다.
◇ 정부조치 효과 있나
이번 조치로 인해 은행들의 원화유동성 부담은 어느정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국채 직매입, 통안증권 중도 상환 등을 통해 필요한 원화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키로 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은은 RP 공급 등을 위해 국채를 매입해 왔다. 그러나 한은이 RP조절 목적이 아닌 유동성 확대차원에서 정부의 국고채를 적극 사들이게 되면 시중의 유동성은 풍부해지고 은행은 비교적 싼값에 대출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한은 관계자는 "국채를 어느정도 매입할지는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면서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충분히 공급한다는 것이 한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이 완전히 해소된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은행들이 위험에 직면한 중소기업들에 대출해주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재정상태가 부실해져 있는 중소기업들에 자금을 공급하는 은행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물론, 기업은행이 중기대출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현물출자를 통해 기업은행에 1조원을 공급하고 기업은행은 이를 통해 12조원의 대출여력을 확보하기 때문이다.
금융연구원 박종규 연구위원은 "기업은행에 정부가 출자하는 것은 중소기업 쪽의 숨통을 터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우리도 필요하면 이런 조치를 취한다는 신호를 외부에 보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업은행을 통한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공급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비교적 우량한 기업중심으로 자금 공급이 이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실물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지방 중소기업 이나 건설사들이 자금난에 봉착할 경우 정부지원의 한계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중앙회 소한섭 팀장은 "기업은행이라고 해서 무작정 대출을 확대하기는 어려운 만큼 시중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리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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