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인수전이 한화, 현대중공업의 ‘2파전’으로 최종 압축된 가운데 우선협상대상자 발표(24일)가 불과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인수전 막판 분위기는 가격부분에서 현대중공업에 한발 앞서고 있는 한화 쪽으로 상당히 기운 모양새다.
매각주간사인 산업은행은 대우조선 재건에 투입된 5조원 여의 공적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처지다. 그런데 대우조선 인수를 위해 7조5000억원 가량을 배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포스코가 최종 탈락함에 따라 자연히 그 평가중심은 ‘가격’에 기울 수밖에 없다.
한화의 공격적 배팅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 한화 6조원대, 현대 5조원대 써낸 듯
한화와 현대중공업이 본입찰서에 써넣은 인수가격은 명확히 공개되지 않았으나 한화는 대략 6조원대 초반을, 현대중공업은 5조원대 후반을 써냈다는 설이 시장에 정설로 돌고 있다.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과거 전례를 들어봤을 때 본 입찰 이후 시장에 떠도는 소문은 거의 사실이거나 사실에 근접했다”면서 “이번 대우조선 인수전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긍정의 뜻을 보였다.
물론 일각에서는 한화와 현대중공업이 제시한 인수희망가격이 정확치 않아 산은의 최종 판단이 내려지기 전 까지 속단할 수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게 일고 있다.
시장에 떠도는 ‘설’과 달리 대우조선 매각과정에서 소리 없는 행보를 보여온 현대중공업이 예상 밖의 금액을 써 냈을 수도 있다는 추측이 그 배경에 있다.
그럼에도 불고하고 한화와 현대중공업이 써낸 가격 편차가 1조원 이상을 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어 대우조선노조에 발목을 잡혀 있는 현대중공업에 비해 한화가 비교우세일 것이라는 주장은 힘을 받는다.
이는 산은의 평가항목에서 가격적 요소가 아닌 비가격적 요소와도 맥을 함께 한다.
가격과 비가격 평가 배점은 대략 7대3에서 6대4 정도로 나뉘어져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비가격요소 평가에는 자금조달 능력을 비롯 시너지, 인수후 경영전략, 국가경제 기여도, 노사안정 등의 항목들이 포함돼 있다.
시너지와 관련해서는 현대중공업이 한화보다 다소 앞서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다.
세계1위의 조선업체로서 축적된 경영능력과 기술, 경험 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하게 될 경우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독과점 분쟁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대치된다.
◆ 현대중 ‘자금여력’, 한화 ‘경험’
반면 조선업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업종을 주력으로 사업을 해 온 한화는 현대중공업과는 처지가 다소 다르다. 그래서인지 한화는 대우조선 인수 이후 대우조선을 그룹 주력사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산은 측에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
자금조달과 관련해서는 현대중공업은 계열사인 삼호미포조선, 삼호중공업 등 2개사 만으로한 자금조달계획을 짰다. ‘지갑’여력은 자신 있다는 반증이다.
이수호 현대중공업 부사장은 지난 달 초 기자간담회에서 “대우조선 인수가격이 7∼8조원, 많게는 10조원까지 거론되는데 그런 가격은 감당할 수 없다”면서 “보유 현금인 8조5000억원의 범위 내에서 최선의 가격을 써 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화의 경우 대한생명 지분 매각과 부동산 유동화, 자체자금 및 은행권 대출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를 짜둔 상태나 최근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자금유동성 면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의 시각이 나온다.
이에 대해 한화 관계자는 “2002년 대한생명 인수 이후 대규모 M&A에 참여하지 않고 상당한 자금을 축적해 왔기 때문에 대우조선 인수 자금 조달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화는 풍부한 M&A 경험이 플러스 요인으로 손꼽힌다.
다우케미컬·한양화학(현 한화석유화학), 정아그룹(현 한화리조트) 한양유통(현 한화갤러리아) 대한생명 등을 잇달아 인수, 각 업체들을 정상궤도로 올려놓은 대목은 컨소시엄 구성을 탄탄히 할 수 있는 분명한 매력 포인트다.
아울러 한화는 보험, 증권, 벤처캐피털, 자산운용사 등 다양한 금융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어 조선사업과 관련된 각종 금융업무와 대우조선 경영에 수반되는 투자금융 관련 업무의 효율성을 극대화 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대우조선 매각 이후 두 회사를 중심으로 한 재계순위 변화도 관심사다.
◆ 대우조선 향배에 따라 재계 ‘판도변화’
올해 4월 현재 공정거래위원회가 자산규모 기준으로 집계한 재계 순위에서 현대중공업은 공기업을 제외할 경우 자산 규모 30조1000억원으로 8위에 랭크돼 있다.
당시 대우조선의 자산규모가 8조7000억원이었음을 감안했을 때 이번 대우조선 인수전 결과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자산규모 38조9000억원 수준으로 삼성과 현대차, SK, LG, 롯데에 이어 재계순위 6위로 올라가게 된다.
여기에 지난 7월말 수주잔량기준 세계시장 점유율이 13%였던 것에서 대우조선의 세계시장 점유율 5.7%를 합쳐 20% 가까이덩치가 커지는 것은 보너스다.
한화의 경우 올해 4월 현재 자산규모 약 21조원으로 재계 12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으나 대우조선과 한솥밥을 먹게 되면 29조7000억원까지 자신이 늘어나 금호아시아나와 대한항공 그룹을 제치고 재계 순위 10위에 올라서게 된다.
김재훈 기자 jh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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