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하 12곳, 실적악화 불구 연 1500억원 비용처리
"금융사 中 단독 도입… 업황 호전까지 중단해야"
신한지주가 금융업계에선 유일하게 자회사로부터 매반기 수백억원씩 브랜드사용료를 받고 있어 가뜩이나 금융시장 침체로 어려운 자회사 실적을 악화시키고 투자자 불안감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부터 신한지주는 금융사 최초로 비금융 지주사가 주로 채택하고 있는 브랜드사용료를 도입해 상반기에만 680억원에 달하는 수입을 자회사로부터 올렸다. 연간으로 따지면 자회사가 비용처리할 돈은 1500억원 안팎이란 게 회사 설명이다.
브랜드사용료는 비금융지주사에서도 과도한 징수에 따른 자회사 실적감소와 배당축소 문제로 투자자 이익침해 논란을 낳고 있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한지주는 신한은행과 신한카드 신한생명을 비롯한 12개 자회사로부터 677억8000만원을 올 상반기(1~6월) 브랜드사용료 명목으로 받았다.
신한지주가 자회사로부터 신한이란 상호를 사용한 값으로 받은 브랜드사용료는 신한은행이 458억70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신한카드(94억9000만원)와 신한생명(66억1000만원) 굿모닝신한증권(43억2000만원) 신한캐피탈(6억8000만원) 제주은행(4억8000만원)이 뒤를 이었다. 신한BNP투신과 SH자산운용 신한프라이빗에쿼티 신한신용정보 신한데이타시스템 SHC매니지먼트는 모두 합쳐 2억9000만원을 넘었다.
브랜드사용료는 지주사가 직전 회계연도 자회사 실적을 근거로 할당하는 게 보통이다. 즉 올들어 신한지주가 받고 있는 브랜드사용료는 지난해 금융시장 호황에서 올린 실적을 근거로 잡은 것이기 때문에 지금 같은 업황 침체기엔 자회사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우려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불안 장기화로 은행 증권 보험 가릴 것 없이 금융사 실적이 곤두박질치면서 투자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요즘처럼 금융사들이 무더기로 적자를 낼 때는 브랜드사용료만 안 받아도 자회사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신한지주는 금융업황이 나아질 때까지 자회사로부터 받는 브랜드사용료 징수를 잠정 중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한지주는 브랜드사용료를 받는 것은 지주사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브랜드사용료는 과거 지주사가 광고나 협찬을 진행하면서 자회사로부터 비정기적으로 받던 비용을 체계화하기 위해 도입했다. 법이 강제하는 부분도 아니고 지주사 자율에 맡겨진 것이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판단한다. 다만 최근 금융불안에 따른 자회사 실적악화를 감안해 브랜드사용료 각출 일정을 늦추는 것은 검토할 수 있다"고 답했다.
조준영 기자 jj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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