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가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취득한 자사주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주식을 사 줄 전략적 투자자를 찾기 어려울 뿐 아니라 주가도 너무 떨어져 팔아도 큰 손해를 볼 수 밖에 없어서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국민은행 등 계열사 주식 교환을 통해 취득한 자사주 1850만주(5.2%)를 6개월 이내에 매각해야 한다. 6개월 시한이 지난 9월4일부터 시작돼 2개월 가량 지났기 때문에 남은 시한은 4개월 남짓이다.
문제는 그동안 주가가 너무 떨어져 주식 매각시 엄청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날 KB금융지주 주가는 3만2000원으로 마감돼 전일 대비 5600원(14.89%) 떨어졌다. 지난 10일 KB금융지주 상장 당시 시초가인 4만8150원보다 1만6000원 이상 빠진 셈이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어 걱정"이라며 "국내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회복될 것으로 믿고 있지만 시간이 촉박하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글로벌 차원의 노력이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기 시작하면 주가가 반등할 수 있다"며 "다만 4개월 내에 KB금융지주가 원래 주가를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주식을 매입할 투자자 유치도 답보 상태다.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14일부터 1주일간 중동과 아시아 지역을 돌며 기업설명회(IR)를 개최했다.
KB금융지주 측은 지주회사 출범에 성원을 보내준 주요 주주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는 자리였다고 밝히고 있지만 그룹의 최대 현안인 자사주 매각을 위한 전략적 투자자를 찾는 것이 더욱 중요한 목적이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시장 여건이 크게 악화돼 있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이번 IR의 성과에 대해 대외적으로 발표하기 어렵지만 외자 유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자사주 매각에 난항을 겪으면서 KB금융지주의 향후 경영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인수합병(M&A) 작업이 차질을 빚게 됐다. 황 회장은 지난 8월 취임 직후부터 "은행과 비은행 가릴 것 없이 모든 기업을 M&A 대상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연말까지 자사주 매각으로 실탄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자금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외환은행과 유진투자증권 등에 대한 M&A 작업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KB금융지주가 장내에서 매입한 자사주 1684만주(4.7%)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보유하게 된 3826만주(10.7%)의 매각 시한은 3년으로 아직 여유가 있는 편이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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