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10일 피치사가 우리나라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한 것과 관련 "신용등급 자체는 유지됐기 때문에 해외차입 코스트(비용)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국장은 이날 과천청사 기자실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번 등급전망 하향 조정은 우리 경제에 특별한 문제가 있어서라기 보다는 세계경제 전망의 변화에 따른 것"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이날 우리나라를 포함해 BBB∼A 등급인 17개 신흥국가를 대상으로 동시에 신용평가를 실시해 불가리아.카자흐스탄.헝가리.루마니아 등 4개국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고 한국.말레이시아.멕시코.남아공.칠레.헝가리.러시아 등 7개국의 등급 전망을 한 단계 낮췄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은 기존 'A+'를 유지하면서 등급전망은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내려가게 됐다.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이라는 것은 다음번 연례협의 때 등급 전망 자체가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피치는 "급격한 경기 침체에 따른 은행권의 디레버징(차입감소) 부담 증가와 자산건전성 악화로 인해 한국의 대외 신용도가 악화될 수 있다"면서 등급 전망 햐향 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피치는 그러나 "잠재적인 외부 자금 수요는 커지고 있지만 풍부한 외환보유액을 감안하면 유동성 우려는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외환 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신용등급 전망이 하향 조정된 것은 지난 2003년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할 때 스탠더드앤푸어스(S&P)에서 조치한 것을 포함해 이번이 두 번째다.
최 국장은 "2003년에도 등급 전망이 하향 조정된 건 사실이지만 등급 자체는 계속 유지됐고 등급 전망도 나중에 원위치됐다"고 말했다.
최 국장은 이번 등급 하향조정이 기본적으로 피치사에서 지난 4일 발표한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에 기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피치사는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선진국 경제가 침체로 진입하면서 전 세계 무역이 위축되고 ▲상품가격의 지속 하락으로 가계.기업의 소비.투자가 감소하는 한편 ▲글로벌 유동성 축소로 이머징 마켓으로 위험이 전이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 국장은 "우리나라의 대외의존도가 높아 세계경제 침체로 인해 실물경제가 영향을 받는다고 (피치사에서) 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세계경제 침체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등급 자체가 하향 조정된 나라가 있는데 비해 우리나라의 등급은 유지됐다는 점에서 상당히 긍정적인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최 국장은 "신용등급이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성장 등 거시경제의 안정을 유지하고 대외부문의 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환경이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도 주어진 여건에서 그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피치는 우리 정부가 취한 여러 조치들, 외화유동성 공급, 은행 대외채무 지급보증, 거시경제 부양조치 등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면서 "앞으로도 이러한 조치들을 실효성있게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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