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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자구책 공염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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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11-10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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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지급보증 및 유동성 공급에 대한 대가로 은행권이 내놓은 자구책이 시행되기도 전에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자구책의 핵심 내용인 임금 동결은 노조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고 중소기업 지원과 지점 통폐합 등 다른 이행 사항들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일부 은행들은 정부의 간섭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급보증을 쓰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은행권에 따르면 사측과 금융노조의 임단협 협상은 답보를 거듭하고 있다. 양측은 지난 6일 유지창 은행연합회장과 양병민 노조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25차 산별중앙교섭을 벌였지만 노조가 임금 동결을 거부하면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은행권 임단협은 통상 8월께 마무리돼 왔지만 이번에는 20차례 이상의 대표단 회의를 개최하고도 11월이 넘어서까지 타결되지 않고 있다.

사측은 은행 직원들의 고임금에 대한 비난 여론을 의식해 임금을 동결하기로 결의했지만 금융노조는 협상 파트너인 노조와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은행 직원들의 임금을 깎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너무하다"며 "임금 수준이 높지 않은 일부 소규모 지부의 반발도 상당하다"고 전했다.

노조는 사측의 결정에 대해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할 경우 비난 여론에 직면하는 등 정치적 부담을 감수할 수 밖에 없어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노사 양측이 산별교섭 차원에서 마무리되기를 바라고 있어 다시 대화를 시도할 것"이라며 "그러나 양측의 이견이 커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및 가계에 대한 지원 방안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은행들의 수익성이 악화일로에 있어 무리하게 중소기업 지원에 나설 경우 건전성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어서다.

실제로 주요 시중은행의 3분기 실적은 20~45% 급감했고 국제결제은행(BIS)의 자기자본비율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중소기업과 가계에 대한 지원도 늘리라고 압박하니 죽을 맛"이라며 "국가 신용등급 관리를 위해 기업 구조조정에 소홀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비용 절감과 효율성 극대화를 위해 추진키로 한 본점 조직 및 지점 통폐합 방안은 인원 감축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시행까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난달 발표한대로 100개 이상 지점 통폐합과 본부 조직 슬림화를 늦어도 내년 초에는 추진할 계획"이라며 "다만 인원 감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진통을 겪을 수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의 지급보증에 대한 양해각서(MOU) 체결을 앞둔 은행들은 지급보증을 쓰지 않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MOU 효력을 최대한 빨리 소멸시켜 정부의 압박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도다. MOU 체결 후 지급보증을 쓰지 않으면 내년 6월 말 효력이 소멸되지만 지급보증을 이용한 은행은 향후 3년간 효력이 유지된다.

한 시중은행 자금부 관계자는 "독자적으로 외화유동성 확보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정부가 제시한 MOU 가이드라인의 강도가 생각보다 높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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