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우 금융위원장이 말 뿐인 관치(官治)로 금융당국의 위상을 바닥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전 위원장은 19일(현지시각) 뉴욕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은행권에 대한 구조조정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이를 위해 외환위기 이후 10년째 묵혀뒀던 낫과 망치를 꺼내들겠다고 한다.
은행들이 본연의 책무를 다하지 못하고 과도한 외형경쟁과 리스크 관리 소홀로 현재의 위기를 초래한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은행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주문한 시중금리 인하와 중소기업 지원 확대가 지지부진한 데다 야심차게 준비한 건설사의 대주단 가입까지 답보를 거듭하면서 전 위원장이 답답한 마음에 실언을 한 것 정도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들조차 낫과 망치는 과거 외환위기 당시 운영했던 구조조정기획단과 채권시장안정책 등을 가리키는 것이며 은행간 짝짓기가 당장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해명하면서 위원장 발언의 의미를 축소하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전 위원장은 시중금리 인하를 위해 한국은행에 기준금리를 2%까지 인하하고 기업어음(CP)을 사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관치를 넘어선 월권이라는 논란까지 일고 있지만 정작 성사 여부를 불투명하다.
한은 총재도 7명의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이 합의하기 전에는 기준금리에 대한 코멘트를 일절 하지 않는다. 전 위원장이 주문한 기준금리 2% 인하도 현재 기준금리가 4%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터무니없는 수치다.
결과적으로 이날 전 위원장의 발언은 실속도 없이 금융당국의 권위만 실추시킨 셈이 됐다.
금융당국이 시장의 존경과 신뢰를 잃는다면 현재의 위기 상황을 진화할 방법이 없다. 금융당국 수장의 신중한 언행이 강조되는 이유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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