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공기업들마저 채용규모를 급속히 줄이는 것은 경기가 급속히 가라앉고 있는데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영효율화 정책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기업 선진화 방안이 마무리되지 않아 불확실성이 큰 데다 공공기관에 대한 정원.임금 등에 대한 동결 방침까지 나오면서 공기업 채용시장이 한파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가뜩이나 냉각된 고용시장이 더욱 얼어붙어 내년 봄 대학을 졸업하는 취업 준비생들은 갈 곳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대형 공기업 채용 급감
23일 기획재정부와 관련 공기업에 따르면 한국전력 등 30개 주요 공기업의 올해 신규 채용인원은 946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66.7% 급감했다.
공기업 채용시장의 최대 큰 손인 한국전력은 매년 500여명 안팎을 신규 채용했지만 올해는 200명에 그쳤다. 원래 상반기에 200여명, 하반기에 300여명을 뽑는데 올해는 상반기 200여 명만 채용하고 하반기 채용을 하지 않았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따라 조직을 축소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어서 신규채용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00명을 신규 채용한 한국수력원자력은 올해 신규채용을 아예 하지 않았다. 수력원자력 관계자는 "내년 채용 계획도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30개 주요 공기업 중 지난해에 비해 신규 채용 규모를 늘린 곳은 광업진흥공사.기업은행.산업은행.수출보험공사 등 4곳에 불과했다.
◇ "정부.직원 눈치보느라.."
30개 주요 공기업 중 올해 들어 현재까지 단 1명의 신규 채용도 하지 못한 공기업은 20개에 달했다. 3곳 중 2개는 아예 채용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는 의미다. 방송광고공사와 부산항만공사.캠코 등은 2년 연속 신규 채용을 하지 못했다.
이 같은 현상의 이면에는 공기업 선진화 방안이 있다. 주택공사와 토지공사,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은 통폐합 문제를 결론짓지 못해 채용을 진행하지 못했다. 이들 4개 공기업의 2007년 신규 채용 인원은 437명으로 같은 기간 30개 공기업 채용 인원의 15%에 달했다.
토지공사 관계자는 "주택공사와 통폐합 문제가 남아 있어 인력수요를 예측할 수 없다"며 "신규 채용은 어렵다"고 말했다.
통폐합이나 기능조정 대상이 되지 않더라도 대다수 공기업이 경영효율화 대상이라는 점도 신규 채용 기피 원인이 되고 있다. 공공부문에 대한 임금.정원 동결 가이드라인이 제시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정부에 자체적인 인력 감축 목표를 제시한 상황"이라며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느냐 추가 감축을 요구하느냐에 따라 신규 채용 인원 규모도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공기업 관계자는 "경영효율화에 대한 정부 의지가 강한 상황에서 상당수 공기업이 신규 채용 공고를 내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며 "신규 채용 규모가 커지면 인력 구조조정 폭도 커질 수 있어 노조의 반발도 상당하다"고 전했다.
기획재정부의 장영철 공공정책국장은 "정부 방침은 공공기관들의 방만한 경영을 효율성 있게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지 신규 채용을 중단하라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 인력 필요한 곳도 채용 줄여
상황 변화에 따라 역할 확대가 필요한 공기업들마저 채용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 역시 대형화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는 석유공사의 경우 올해 약 20명을 뽑는 채용과정을 진행 중이다. 이는 지난해의 88명에 비해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석유공사는 전략적인 자원확보 차원에서 조직과 규모를 키워야 하는 대표적인 공기업에 속한다.
중소기업 지원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도 통폐합 문제로 채용을 못하고 있다.
신용보증기금 관계자는 "보증목표는 늘어났는데 인력은 그대로이고 통폐합 방안도 나오지 않아 다소 혼란스러운 분위기"라고 전했다.
금융위기로 인해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금융감독원의 채용규모는 줄어들고 있다.
외화 유동성 경색 국면에서 외화지급보증 업무가 확대되고 있는 수출입은행의 채용규모도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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