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잇따라 우량기업에 대한 대출 확대를 종용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내년 3월까지 국내 은행권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의 자체안을 마련, 국제사회에 적극 제안키로 한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정부의 자체안에는 국제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압력을 받아온 BIS비율 문제를 감안, ‘불황기에는 BIS비율을 낮추고, 호황기에는 BIS비율을 높이는’ 등 시기별 탄력적 운영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 등이 BIS비율을 12%까지 높이도록 권고하는 상황이지만, 국내은행권의 BIS비율은 9월말 기준으로 10.7%에 머물고 있다. 특히 3개 은행은 9%대로 떨어져, 자기자본을 늘리기 위해 후순위채 등을 발행하는데 매진하고 있어 기업 대출 규모를 낮추고 있는 게 현실. 때문에 이번 정부의 조치는 국내 은행권의 신용경색에 따른 우량기업의 흑자도산을 막고, 은행권의 대출 여건을 완화하기 위한 긴급처방인 셈이다.
이와 관련,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정부는 BIS 기준 자체의 문제인, ‘위험가중치’ ‘시가평가제’ 등에 대해 총체적인 재검토를 요구할 것”이라며 “경기상황에 따라, 기준을 탄력적으로 정한다는 게 정부 자체안의 요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이미 BIS 기준 문제가 G20 긴급정상회의에서 의제로 다뤄진 만큼 정부가 선제적으로 이슈를 주도해나갈 것”이라며 “현재 경제위기가 전 세계적으로 퍼져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문제제기 수준에서 끝나지 않고, 새로운 기준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BIS비율 조정은 국제적 합의가 요구되는 사안이어서 정부가 선도적으로 자체안을 마련한다고 100% 결정된다는 보장은 없다. 때문에 정부가 은행권에 대한 기업대출 압박도 병행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맞물려, 최근 정부가 국내 은행권이 발행한 상환우선주 등의 매입과 관련, 외국인 투자자 확보에 직접 나섰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이 최근 미국 출장을 통해 국민·신한 등 대형 은행들이 발행할 상환우선주에 대한 투자자를 모집했다는 소문이다. 정부가 국민연금을 유인으로 외국 투자자를 모집해 은행권 증자에 참여함으로써 발언권 강화를 통해 정부의 은행권 구조조정에 동력을 얻으려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이에 청와대 측은 “정부가 기업여신이나 우량기업에 대한 지원 확대책을 쓰고 있지만, 은행권이 BIS비율 제고 등으로 대출을 꺼리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정부가 압박용으로 은행권 증자에 참여한다는 것은 기존주주나 은행의 건전성 문제 등 여러 사안이 결부된 문제라 지금 단계에선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준연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은행들의 후순위채 발행은 유동성 확보에는 효과적이지만, 상환우선주나 전환우선주는 자본금 충당에 효과적”이라며 “금융당국에서 은행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압박을 가하는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 송정훈 기자 songhdd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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