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부실기업 구조조정 정부가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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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12-0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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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규모가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크다”

그런 탓인지 정부의 도움의 손길을 애타게 찾는 업계의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 이런 이야기는 GM이나 시티은행 등에게 거액을 쏟아 붙고 있는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한국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사기업을 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을 중심으로 문제를 바라보게 된다. 나라야 어떻게 되든 우선 자신이 살아남고 봐야 하기 때문에 이런 저런 무리한 요구들을 내놓게 마련이다.

‘이런 저런 이유 때문에 우리는 꼭 살아야 합니다’는 식으로 말이다. 건설업계, 저축은행 업계, 중소조선업계, 키코나 엔고 등으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들 등 하나 하나 따져 들어가다 보면 잠재 손실 규모가 정말 만만치 않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11월 21일 모 증권회사는 국내 금융권의 잠재부실 규모가 348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보고서를 낸 봐가 있다. 전문가들의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거액인 348조원이나 된다. 건설업체와 관련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136조원, 조선 및 해운업 부실 규모 10조원, 키코 및 환 관련 손실 20조원, 소호 및 주택담보대출 155조원이다.

정부가 무게중심을 제대로 잡고 적시에 필요한 조치를 단호하게 취하지 않으면 부실은 한국 경제를 깊은 장기 불황으로 빠뜨릴 수 있다. 지금 정부가 가져야 할 분명한 원칙 가운데 하나는 정면 돌파를 할 수 있는 용기와 방법을 갖는 것이다. 부실을 껴안고 있는 모든 업체를 구원하기 힘들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자기자본 비율 때문에 딜레마에 빠진 은행들을 계속 채근해서 망해야 할 기업들의 연명을 끌어가는 식으로 현재 문제를 접근해선 곤란하다. 이미 국회에서는 일부 위원들을 중심으로 특정 업계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한다. 이를 보다 못한 한 위원은 “업계가 해달라는 것 다 해주면 정부는 몇 달 버티지 못할 것이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물론 정부는 부실화된 부분이라도 모두 끌고 가고 싶을 것이다. 이미 어려워지기 시작한 실물경제는 기업들의 도산과 실업 증가는 정치적으로 여간 부담스런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사는 그냥 대충 화장으로 고칠 일이 있고 수술을 해야 할 일이 있다. 블랙홀처럼 돈을 빨아들이는 환부를 그냥 둔채 경제 회생을 바라기는 힘들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가능한 쉽게 넘어가려는 움직임이 역역하다. 외환위기 당시의 워크아웃에 필적할 정도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이루어져야 할 시점이다. 과거처럼 정부가 모든 것을 주도할 수는 없지만 민간자율이 과거에 비해서 크게 주어져야 하지만 역시 중심에는 정부가 자리를 차지하고 앉을 수밖에 없다.

누구도 원하지 않는 일지지만 지금처럼 미적거리면서 엄청난 자원이 계속해서 중환자인 일부 기업을 위해 생명 연명 자금으로 투입되도록 방치해선 안 된다고 본다. 정책은 타이밍이다. 특히 부실화된 기업들을 구조조정 하는 일은 그냥 시장 자율에 맡겨두기엔 너무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다. 지금은 정부가 미봉책이 아니라 근원적인 해법을 위해서라도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에 나서야 할 때다.

글 / 공병호 경영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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