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금융불안 예상에 주저
은행과 보험 등 대부분의 금융기관들이 내년 사업계획을 확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경기침체의 터널이 언제 끝날지 예상하기 힘든데다 정부가 연일 새로운 정책을 발표하고 있어 내년도 사업을 구상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우리 하나은행 등 4대 주요 시중은행 중 내년 사업계획을 확정한 은행은 한 곳도 없다.
국민은행 홍보부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문에 국내 금융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일단 긴축 경영을 해야 하는데 소요될 경비를 예측하기 힘들어 사업계획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어떻게든 올해를 넘기지 않고 계획을 확정하려고 노력 중이다"고 덧붙였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환율과 시중금리는 계속 오르고 증시는 하락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사업계획을 세우기가 쉽지 않다"며 "급한대로 내년 1분기 계획 정도만 세워놓고 향후 계획은 상황을 보고 결정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예년 이맘때면 내년 사업계획이 거의 확정됐을텐데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며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들에 대한 정부의 지원책이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고 있고 대부분 은행이 관련돼 있어 내년 시장 상황을 예상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사업계획을 세우는 데 어려움을 겪기는 보험업계도 마찬가지다.
가계 소득 감소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지 못할 경우 실적이 어느 정도까지 악화될지 예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보험업계가 공통적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도 있고 삼성생명만의 문제도 있다"며 "기본적으로 내년 경영 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보여 수뇌부에서 사업계획을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내년 1분기 사업계획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보험사도 있다.
이도희 LIG손해보험 홍보팀장은 "내년 1월과 2월까지의 계획만 세워놓은 상태"라며 "다른 보험사들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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