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지 게임(Ponzi game)이라는 말이 있다. 이자율과 수익률의 차이로 부채가 확산되고 부채의 이자를 갚기 위해 다시 빚을 내야 하는 지경에 몰리면서 결국 파산에 처하는 상황을 뜻하는 말이다.
폰지 게임이라는 단어는 미국에서 대공황이 일어나기 4년전 플로리다에서 발생한 사기극에서 유래됐다. 당시 찰스 폰지라는 사기범은 국제쿠폰사업을 벌인다면서 3개월안에 원금의 2배에 달하는 수익을 보장한다고 떠벌리고 다녔다.
은행이자가 4%에 불과했던 상황에서 4만명의 투자자들이 몰려 폰지는 1500만달러라는 엄청난 자금을 끌어모으는데 성공했다.
폰지는 아무런 사업도 진행하지 않은 채 처음 모은 투자액을 자신이 챙긴 뒤 투자자들에게 지급할 배당금은 다음 투자자들의 납입금으로 지불했다. 그러나 성공도 잠시. 더이상 사람들이 모이지 않자 배당금은 바닥나고 결국 사업은 망했다. 폰지가 사기 혐의로 체포돼 옥살이를 했음은 물론이다.
폰지 사기는 불법 피라미드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천천히 뜯어보면 간단한 사기극이지만 막상 그 앞에서 들어보면 떼돈을 벌 수 있다는 착각을 일으키게 만드는 것이 바로 폰지 사기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신용위기 폭풍이 가시기는커녕 실물경제로의 전이가 급속히 이뤄지면서 전세계인들의 한숨이 깊어가는 가운데 미국에서 믿기 어려운 희대의 사기극이 벌어졌다.
전형적인 폰지게임 방식의 사기극이 월가의 유명인에 의해 저질러져 미국인들을 충격에 빠뜨리고 있는 것이다.
주인공은 미국 나스닥 거래소 이사장을 역임한 버나드 L. 매도프. 매도프는 1960년부터 버나드 L. 매도프 투자증권을 운영하면서 막강할 실력을 휘두른 인물로 유명하다.
그런 그가 12일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의해 금융사기 혐의로 체포됐다. 당국에 따르면 매도프는 자신이 폰지 사기를 저질렀다며 모든게 거짓말이었다고 고백했다.
매도프의 사기로 투자자들이 날린 돈만 5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기극에는 한국의 대한생명, 사학연금과 함께 삼성투신을 비롯한 국내 유명 자산운용사 10여 곳도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베어스턴스와 리먼브라더스 등 세계 금융을 이끌던 투자은행들과 제너럴모터스(GM)를 비롯해 크라이슬러, 포드 등 미국 제조업을 대표하던 자동차 '빅3'가 몰락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기 사건은 다시 한번 미국 경제의 본질과 도덕성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한다.
증권, 금융 등 경제 전반이 사람이 만들고 사람이 이끌어가는 것임을 생각해보면 작금의 신용위기 사태 역시 결국 사람들의 엇나간 이기심과 욕심 때문임은 다시 말하면 입이 아플 지경이다.
월가의 만용과 투자자들의 탐욕 그리고 당국의 오만함과 무관심으로 벌어진 신용위기 사태 속에서 나스닥 거래소의 이사장까지 지낸 월가 거물이 주도한 이번 폰지 사기극까지 목격하니 할말이 없어진다.
난세에는 영웅이 탄생한다더니. 영웅은 고사하고 믿었던 사람들마저 등을 돌리고 있다. 요지경인 세상이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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