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信賴)’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변하지 않는 믿음을 심어준 사람이나 기업들에게 붙여주는 단어다. 한번 잃은 신뢰는 누구에게나 회복하기 어려운 치명타로 작용한다.
개인에게는 금전적 상실보다 사람 간의 관계성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술 한잔 나누며 당시의 잘못을 사과하고 다시 기회를 획득하는 것으로 회복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에게는 관계성과 함께 금전적 상실은 말로 다 할수 없을 정도의 어마어마한 규모로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
그래서 사람이나 기업, 누구에게나 신뢰라는 단어는 어려운 경영환경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요건이 아닐 수 없다.
요즘 우리 기업들은 고객들과의 신뢰를 쌓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고객의 신뢰감이 곧바로 매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고객과 기업의 계약으로 획득된 고객정보에 대한 관리는 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지켜내야 할 가치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 SK브로드밴드는 올해 고객과의 신뢰에서 상당부분 가치를 상실했었다.
고객정보 유출로 전․현직 간부들이 처벌을 받고 회사도 100여일 동안이나 영업활동을 못해 막대한 매출에 손실을 입었다.
SK텔레콤이 인수한 시점에 발생된 사건이어서 대표이사로 막 취임한 조신 사장의 어려움은 상당했을 것이다. 인수한 회사가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해도 부족한데 회사가 상당기간 영업활동을 못했다는 것은 올해처럼 경기가 어려울 때는 와 닿는 느낌이 엄청난 파도로 몰려올 수도 있다.
이런 어려움을 조 사장은 올 한해 고객가치 제고를 최우선 목표로 세우고 신뢰회복에 주력해 왔다. 지난 3월 말 취임 이후 전국지사 및 주요 고객센터를 돌며 현장 밀착 경영을 이어왔다.
지난 3월 28일부터 대표이사직을 맡은 조 사장은 “고객은 기업의 지속적인 발전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고객의 신뢰를 획득하기 위한 고객가치 제고 노력을 첫 번째 경영목표로 삼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직접 현장경영에 나서 고객정보 유출 사건으로 인해 떨어진 신뢰도 만회와 실천의지를 전하고, 직원들에겐 고객가치(CV)의 중요성을 구체화시켜 온 노력이었다.
특히 조 사장은 명함에 본인의 휴대폰번호를 표기해 놨다. 어느 기업임원이나 대표이사에 취임하면 자신의 명함에 휴대폰 번호를 삭제하고 회사직통 번호만을 표기하는 데 실로 파격적인 결정이라 할 수 있다.
그 누구라도 SK브로드밴드에 대한 불만이 있으면 대표이사가 직접 나서 해결해 주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조 사장은 올해 맹자 진심편에 ‘궁즉독선기신(窮則獨善其身)하고 달즉겸선천하(達則兼善天下)한다(어려울 땐 혼자서 선을 닦아라. 그리고 천하를 위해 이로운 일을 해라)’는 문구를 마음에 깊이 새기며 ‘와신상담(臥薪嘗膽)’의 마음으로 험난한 1년을 지나왔다.
이제 대가는 모두 치뤘고 내년에는 분명 다시 고객들에게 신뢰를 얻으며 행복날개를 펼치리라는 생각이다. 이에 내년도 통신시장에서 KT 새 수장 이석채 사장과의 경쟁에서 조 사장의 신뢰경영을 기대해 본다.
조윤성 기자 co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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