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양국이 30일(현지시간) 무역 협상을 마무리지은 가운데 미국 측 협상대표 중 한 명이었던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주요 교역국들과 협상에서 잇따라 급소를 공략했다며, 한국과의 협상에서도 그렇게 했다고 평가했다.
그리어 대표는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항상 그랬듯 미국에 있어 힘든 상대였다"며 "우리는 그들과 지난 기간 협정을 맺었지만, 우리의 대미 적자가 계속 확대됐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으로부터 큰 양보를 얻어 내기 위해 미국 시장이라는 국가적 레버리지(지렛대·우위)를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 첫 부분은 투자와 구매 계약들로, 한국은 미국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조선 등 분야에 3500억 달러(약 486조원)를 투자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했다. 또한 그들은 우리의 에너지 구매를 늘릴 것으로, 앞으로 수년간에 걸쳐 2000억 달러 이상의 에너지를 구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농산물 및 산업재 등에 대한 비관세 장벽도 한국 측과 협상을 통해 제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 소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과의 협정 체결 사실을 알리며 한국이 미국에 3500억 달러를 투자하고 액화천연가스(LNG) 또는 기타 에너지 제품을 1000억 달러 구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2주 내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협정 내용을 구체화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리어 대표는 또한 이번주 EU와 미국과의 합의 내용에 포함된 EU의 미국 에너지 구매 방안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 보도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앞서 EU는 미국의 대EU 관세를 종전 30%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미국에 6000억 달러를 투자하고 향후 3년간 7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 구매를 약속했다. 하지만 이는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3배나 늘리는 것이어서 그 현실성에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그리어 대표는 "우선 에너지 구매는 그들(EU)이 처음에 우리에게 제안해온 것 중 하나로, 우리의 요청으로 시작되지 않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구매량을 더 큰 액수로 늘리게끔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수년간 여러 싱크탱크들에서 나온 EU의 에너지 취약성을 감안할 때 EU는 이번 협상에서 어느 때보다도 실용적 접근을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EU가 우선 투자 및 구매 약속만 해놓고 이후 합의 내용 이행에 있어 시간을 끌 경우 대처 방안을 묻는 질문에는 "우리는 항시적으로 (합의) 진행 상황을 모니터링할 것"이라며 USTR과 상무부 기관들이 계속 상황을 주시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그리어 대표는 이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관세에 따른 인플레이션 가능성 등을 이유로 금리를 동결한 것과 관련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당시 우리의 최대 수입국이었던 중국에 상당한 관세를 부과했지만 해당 기간 인플레이션은 하락했다"며 "그들(관세와 인플레이션)의 관계는 명확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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