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간 대화가 단절, 협의 처리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있는 만큼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여론에 의지한 '독자 행보'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한나라당=한나라당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권한을 빌려 법안의 강행처리에 나설 경우나 거꾸로 법안 처리에 한걸음 물러설 경우 모두 여론의 역풍이 예상된다.
한 핵심당직자는 29일 "법안을 강행처리할 경우 다수의 유혹을 버리지 못했다는 비난에 직면할 것이고, 법안 처리를 하지 못할 경우 무능하고 무기력한 집권여당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즉 어떤 선택을 하든 비난의 화살을 감수할 수밖에 없으므로 불가피하게 전략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다. 그리고 그 계산의 결과는 '강행 처리'쪽으로 좁혀지고 있다.
'172석의 힘'을 앞세운 강행 처리로 당장 여론이 불리해지더라도 이명박 정부의 안정적 국정운영, 국정주도권 회복, 정권 교체에 따른 정책 전환 등이라는 긍정적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박희태 대표가 최근 "만약 우리가 법안을 처리하지 않으면 도대체 어떤 여당이냐고 오히려 욕 먹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동시에 한나라당으로서는 강행 처리가 '거여(巨與)의 독주, 오만'으로 비쳐지지 않기 위한 명분 쌓기 및 홍보전에도 주력하고 있다.
법안 처리를 위한 'D-데이'가 임박한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야당과 대화하고 협의한다"고 거듭 언급하고 있는 점도 그 일환이다.
◇ 민주당=한나라당과의 '입법 전쟁'에서 '강경 모드'로 나가는 게 득이 될 것이란 계산이다.
국회 본회의장을 선점한 만큼 이를 통해 '반(反) 민주 악법'으로 규정한 법안들을 저지할 경우 선명.견제 야당의 위상을 과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오히려 섣불리 대여(對與)협상에 나서다가 '반민주 악법' 일부라도 저지하는데 실패할 경우 당의 존립 기반인 전통적인 지지세력마저 잃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을 일방 상정했을 때 물리력까지 동원해 강력하게 대응하면서 '야성(野性)이 부족하다'는 당안팎의 비판과 당내 노선 갈등이 잠재우는 효과를 거뒀다.
이로 인해 지난 26일부터 시작된 본회의장 점거 농성에는 소속 의원 대부분이 동참하고 있는 상태다.
이는 지난 6월 촛불정국 때 장외집회에 참여한 의원들이 현재의 절반 수준인 30∼40명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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