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미문 경제위기, 조기 극복 여부 2년차 성패 가를 듯
갈등 속 정치위기, 국정열쇠 쥔 여권이 야권과 대화해야
경색국면의 남북관계, 2년차에는 무조건 정상화 ‘다짐’
이명박 대통령은 내달 25일 집권 2년차를 맞는다. 이 대통령의 집권 1년차는 강부자 논란을 불러온 첫 조각을 시작으로 쇠고기 파동을 겪으면서 리더십의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이어 독도문제 등 대일외교에도 문제를 드러냈다.
후반기에는 전대미문의 미국발 경제위기와 연말 국회의 거듭된 파행, 꼬일 대로 꼬인 남북관계 등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이에 이 대통령이 새로운 리더십을 발휘해 조기에 난국을 돌파해야 한다는 주문이 빗발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녹녹치 않다. 여야의 극단 대치는 새해벽두에도 지속될 판이고, 상반기 경제상황은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여기에 남북관계도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고, 신문법·집시법 논란 등 사회갈등도 더욱 격화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견해다. 또다시 이 대통령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는 집권 2년차인 셈이다.
◆전대미문 경제환란…조기 극복이 최대 ‘관건’
이명박 정부의 집권 2년차는 마지막 승부처다. 우선 선거가 없어 정치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고 집권 2년차이기 때문에 국정수행에도 탄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경제살리기에 올인할 적기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은 경제 위기를 얼마나 빠른 시일내 극복하느냐에 따라 집권 2년차의 성패가 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2일 신년 연설을 통해 경제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 국민적 단합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4대강 정비사업과 지방경제활성화 등 대형 국책사업을 적극 추진하는 경제살리기 ‘속도전’에 임한다는 각오도 천명할 계획이다.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실질적으로 일할 기회가 1년 밖에 남지 않았다는 절박함도 배어있다.
정부는 4대강 사업 등 대규모 토목공사를 비롯, 취약한 지방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방 SOC투자에 주력할 계획이다.
우선 정부는 국토해양부, 지식경제부, 문화체육관광부, 환경부 등 4개부처 합동기획단을 출범시키고 내년 상반기 중 실행계획을 마무리 짓겠다는 복안이다. 하천 정비를 기본으로 주변 관광.레저 단지 조성 등 19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고 23조원 규모의 생산을 유발하는 ‘녹색뉴딜’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경인운하 조기 완공, 광역도로 건설사업, 울산·포항 고속도로, 상주·영덕 고속도로, 포항 국도대체 우회도로, 영일만산업단지 진입도로, 포항·삼척 동해중부선 철도 건설 등 광역경제권 특화 발전을 위한 선도프로젝트를 집중 지원하고 지역의 생산·물류 효율 등을 위해 지방 발전 교통망을 앞당겨 완공한다는 방침이다.
대형 국책사업의 신속한 추진을 통해 내수 진작과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겠다는 게 정부의 국정 경제살리기 전략의 요체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정쟁의 족쇄에서 이제 그만 4대강 사업을 풀어줘 녹색성장의 기반을 닦아야 한다”고 강조했고, SOC 투자와 관련해선 “이제는 U자형 발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존의 서부벨트 중심 발전 전략에서 벗어나 소외됐던 강원권·경북권의 SOC 구축에 더욱 주력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우선 4대강 사업 및 SOC 투자를 통해 시급한 과제인 일자리 창출에 올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강성진 고려대 교수는 “금융권 부실화와 기업 구조조정이 단행된다면 단기적으로 실업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이를 막기 위해선 단기적으로 일자리 창출이 시급한 과제인데, 토목경제 활성화를 통해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도 “경제침체를 조금이라도 빨리 회복하기 위해선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내수진작이 필요하다”며 “현정부의 SOC 투자 등의 정책방향은 옳다”고 말했다.
나아가 전문가들은 속도전과 장기적인 성장동력 확보도 주문했다.
채 원장은 “정부가 제시한 경기부양책이 얼마나 신속하게, 얼마나 낭비가 없이 효율적으로 집행되느냐는 게 관건”이라며 “정부가 지출을 확대한 돈이 제대로 필요한 곳에 공급되고 있느냐를 철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강 교수는 “토목경제 전략은 대규모 실업자 양산을 막는 보완재로 기능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고, 대규모 기업구조조정을 통해 경제 시스템의 체질 개선 작업도 서서히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시적 갈등의 정치 위기…대화의 리더십으로
2008년 정치는 불안정의 연속이었다. 특히 한나라당은 대외적으로는 민주당, 자유선진당 등 야권과 쇠고기 파동을 시작으로 쌀직불금, 연말 입법전쟁 등 칼 끝 대치를 이어왔고 당내에선 친이·친박간 갈등으로 총체적 난국을 빠진 상태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때와 마찬가지로 집권 1년차의 경우, 당선 불복종 움직임과 갈등 양상 속에 제대로 안착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대개 2년차를 맞는 정부는 1년간 고전했던 것을 만회라도 하려는 듯 자신들이 내세운 가치를 편향적으로 밀고 나가는 경향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이 같은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연초 개각을 통한 국정쇄신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연말연초 1급 이상 고위공직자들을 대상으로 한 ‘물갈이’는 본격적인 개각에 앞선 사전 정지작업의 일환이라는 게 중론이다.
개각은 과거정권 인사를 비롯, 친박 진영을 아우르는 탕평내각으로 꾸려져야 한다는 게 여권의 대체적 견해다. 친박계 좌장인 김무성 의원과 허태열 최고위원 등이 행정안전부 장관이나 특임장관 후보군에 올라있고, 노무현 정부인사인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윤증현 전 금융감독위원장, 김석동 전 재정경제부 제1차관 등도 물망에 올라있다.
고원 상지대 교수는 “전정권 인사 포함하고 제 정파를 아우르는 거국내각을 구성하기는 힘들겠지만 적어도 한나라당 내 제 계파를 포함하는 개각이 이뤄져야 한다”며 “참여정부도 적은 인재풀이 실패의 원인이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엄청난 규모의 의석수를 가지고도 한나라당이 제역할을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내각을 탕평인사로 구성해 정국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야권과의 관계를 재설정해야 하고, 중도적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고 교수는 “정부여당은 약자가 아닌 강자이기 때문에 일방적 국정운영 스타일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며 “정국의 열쇠를 이 대통령이 쥐고 있는 만큼 야권과 대화를 해야한다”고 주문했다.
김 교수는 “현정부가 쇠고기 파동 이후 급격하게 보수 쪽으로 기울고 있다”며 “소소의 보수 적 가치보단 다수의 중도적 뱡향으로 선회해야만 국정 안정을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정치 갈등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국민통합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손호철 서강대 교수는 “이 대통령이 대화와 합의나 사회적 통합에 소홀했다”며 “집권 2년째인 내년부터는 국민적인 화합과 전체적 통합을 지향하는 리더십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꽉 막힌 남북관계…대화 물꼬는 언제 트나
틀어진 남북관계를 어떻게 회복시키느냐도 이명박 정부에게 맡겨진 과제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줄곤 갈등을 보인 북한은 지난해 12월 1일부로 개성관광과 남북간 철도운행을 전면 중단하고 개성공단 남측 상주인원을 대대적으로 감축하는 등 강도 높은 제재 조치를 취했다. 남북경협의 상징이던 개성공단 사업까지 위축되면서 남북은 장기적 경색기에 돌입했다.
홍익표 대외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평화번영정책을 썼던 참여정부에서도 남북관계가 1년간 단절된 경험이 있다. 최소 1년이상 남북경색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고, 조성열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북미관계 회복, 11월 중 북한인권결의안 채택 등 제요인으로 인해 남북관계의 경색국면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남북 경색국면은 ‘한반도 리스크’를 상승시켜 우리의 대외신인도 추락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이 대통령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특히 경제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남북관계를 안정시켜 한반도리스크를 낮춰야 할 판이다.
이에 따라 통일부는 경색국면에 접어든 남북관계가 개선된다면 경제살리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 아래 남북대화 재가동 및 남북경협 활성화 방안 등을 이 대통령에게 업무보고 하는 등 대북관계 개선 의지를 보이고 있다.
김하중 통일부 장관은 지난해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반드시 내년에는 남북관계를 정상화 시키겠다”고 다짐했다.
배성인 한신대 교수는 “파국을 부른 정부의 대북정책은 화해협력기조로 수정돼야 한다”며 “남북 민간단체의 교류활성화를 시작으로 대북인도적 지원을 확대하고 남북 대화채널(핫라인) 구축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제는 북한의 태도변화다. 정부가 대화 개선의 의지를 보인다고 해도 오마바 정부 출범 후 북미·북중 관계가 개선된다면 한국은 주변부로 전략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위기의 남북관계가 안정으로 가기 위해선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다.
/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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