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불황에 혼자 살아남은 천하무적 ‘백화점’,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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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1-03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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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의 폭풍 속에서 매출 반토막난 외식업, 연이어 부도 맞은 패션가….

유통가가 생존권마저 바닥에 내 팽겨진 체 흐느끼고 있다.

그러나 이와중에 백화점만이 갖은 풍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우뚝 서있다. 지난달 롯데백화점의 명품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 40% 이상 급증했다. 현대백화점은 31%, 신세계백화점은 43%다. 갤러리아백화점은 20% 더 올랐다.

옛말에 ‘될 놈은 된다’ 하지 않았던가. 요즘 같은 상황에 백화점은 이 말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국민들이 돈을 안 풀자 외국인들이 고가의 명품을 구입하면서 백화점을 돕고 나섰다.

우리나라에서 최대 매출을 올리고 있는 롯데 백화점 명동 본점은 “여기가 한국이야, 외국이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일본인, 중국인들이 북적거린다. 게다가 백화점 주차장과 인근 도로에는 관광버스가 눈에 띄게 늘어 교통 체증까지 늘었다.

외국인들이 돈을 쓰러 물밀듯이 몰려들자 백화점은 신이 났다.

추운 날씨에도 오픈 시간을 기다리는 외국인들을 보면 백화점 입장에서는 밥을 안먹어도 배부를 지경이다.

백화점은 이참에 내국인 잡기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예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신상품 할인 행사’까지 생겼다. 정말 진풍경이 아닐 수 없다. 이월상품은 말할 것도 없다. 아울렛 점을 연상시킨다. 최고 70%이상까지 할인을 했다. 

브랜드 신상품 가격이 보세상품과 맞먹을 정도다. 백화점에서 파는 목도리 값이 길거리 리어카에서 파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정도 상황이라면 당연히 소비자들은 백화점의 브랜드상품을 선택하길 마련이다. 
 
영국, 호주 등에서 크리스마스 다음날부터 12월 말까지 열리는 ‘박싱데이(Boxing Day)’의 풍경과 흡사하다. 외국의 박싱데이는 1년 중 할인 행사가 많지 않았던 것을 고려해 만든 것이다.

우리나라 백화점들은 몇 달째 박싱데이같은 행사를 열고 있다.

그러나 비판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 경기가 불황이므로 그들이 1년 내내 세일을 해 '박리다매'식 매출을 올려도 용서가 되는 분위기다.  

정말 '될 놈은 무얼해도 된다'는 말을 실감나게 한다. 

김은진 기자 happyny77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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