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복하기 힘든 시련인가? 아니면 또 다른 도약의 발판인가?’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73)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54),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47). ‘미망인’을 공통분모로 하고 있는 이들 여성 오너 3명은 그 어느 해보다 비장하게 새해 경영을 시작했다. 한 측근은 “요즘처럼 긴장되고 전의에 찬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마치 매일 전쟁터에 나서는 여전사 같이 느껴진다”고 말한다.
이들 3인은 세대는 다르지만 남편의 갑작스런 타계로 기업을 맡아 이끌어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애경그룹과 현대그룹의 경우 나름대로 순탄하게 기업을 이끌어 왔지만 지난해부터 예기치 않은 폭풍으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애경그룹은 경영권 이양 작업이 마무리될 즈음에 예기치 않은 ‘장남 구속’이라는 초유의 상황에 휘말렸고, 현대그룹은 경색된 남북관계가 지속되면서 최악의 경영난에 직면해 있다.
업계 1위 한진해운의 최대주주인 최은영 회장은 남편인 조수호 회장이 2006년 11월 작고한 이후 2007년 3월 부회장에 올랐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조카딸인 그는 지난해 1월 회장에 오른 후 12월30일 법적 책임을 지는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최 회장의 최대 고민은 해운업계 불황 속에서 어떻게 회사를 키워나가느냐 하는 것. 전통적으로 호황기였던 지난 4분기에 해운시황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해운기업의 단기 유동성까지 악영향을 끼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조차 물동량 감소와 선복 증가로 해운경기가 올해 하반기에나 저점을 통과할 것으로 보고 있을 정도다.
실질적으로 경영권을 쥔 최 회장으로서는 해운업계에서 진정한 ‘경영인’으로서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시키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는 평가다.
고 정몽헌 회장의 뒤를 이어 ‘안방 엑서더스’를 감행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새해가 왔지만, 아직 새해가 오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다.
취임 이후 5년 동안 외부의 우려를 씻고 야심차게 그룹을 이끌어 왔지만, 금강산 총격사건 한 방에 무너지다시피 했다. ‘정몽헌 회장의 미망인’이나 ‘왕회장의 며느리’로 불리던 시절이 그리울 만큼 아픈 세월을 보내고 있다.
현 회장에게 총격사건은 하늘이 무너지는 일이었다. 금강산은 물론 개성 길도 끊겼다. 금강산 관광 10주년, 개성 관광 1주년 등을 바탕으로 비로봉은 물론 백두산까지 가려던 계획도 물거품이 됐다.
현대아산은 정부에 관광 재개를 강하게 요청하고 있지만, 남북관계 특성상 예측이 불가능해 재개는 요원한 상태다. 현 회장의 시름이 깊어지는 것은 당연.
애경그룹 장영신 회장은 경영권 승계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설립 60주년을 앞두고 있지만, 최근 그룹의 급격한 성장(2008년 4월 기준 재개 51위)을 이끌며 실질적인 오너 역할을 해 온 큰아들 채형석 총괄부회장이 지난해 12월17일 횡령 혐의로 구속됐기 때문이다.
애경그룹은 2006년 말부터 3개 사업부문별로 부회장제로 나눠 운영해 오고 있기 때문에 채 부회장의 구속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소비자들과 밀접히 관계된 업종 특성상 오너 구속이라는 초대형 악재는 그룹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애경그룹 관계자는 "사실상 그룹 경영을 맡아 온 채 회장이 조속히 석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훈기 기자 bo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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