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2008년을 보내고 새롭게 ‘기축년’을 맞았다.
돌아보면 어느 한 해 순탄치 않은 적은 없지만, 특히 지난해는 경기침체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우리 경제의 희망마저 사그러들게 했다.
구조조정과 감산, 감원 등 한파가 몰아치고 촛불집회로 이어진 광우병 파동은 사회전반에 걸친 불확실성이 더욱 컸던 한 해 였다.
험난했던 97년 IMF 외환위기 당시에도 우리경제는 희망이 있었다. 대외적인 경제여건이 우호적이었기에 우리가 조금만 허리띠를 졸라매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지금은 어떤가.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선진국 실물경기가 침체되고 있고,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어느 나라보다도 그 충격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대외경제여건이 안 좋은 상황에서 우리 힘만으로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 국민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경제전문가들은 내년에 세계적인 공황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우리가 불안에 떨고만 있을 이유는 없다.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대공황 시기에 오히려 기술혁신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생생한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다수의 미래학자들은 20~30년 후 우리나라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높은 교육열과 남다른 성실성, 그리고 높은 인터넷 보급률로 인해 우리나라가 미래의 중심국가로 부상한다고 예견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장기적인 전망과는 달리 향후 2~3년간은 극심한 경기침체로 인해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경제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고통을 이겨내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검소한 생활과 작은 것에 만족하고 감사할 줄 아는 미덕이 요구된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로사 알레그리아는 “2009년은 현재의 경제시스템이 새로운 경제시스템으로 대체되는 대전환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30여 년간 세계를 지배한 신자유주의의 퇴보는 물질과 소비 위주의 사회를 인간 본연의 가치 중심 삶으로 급격히 전환시킬 것이다. 이러한 세계적인 대전환은 세계사에 유래 없을 정도로 초고속 압축 성장을 거듭해 온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오직 앞만 바라보고 달려온 우리도 이제 큰 성취보다는 일상의 생활 속에서 작은 행복을 추구하는 경향으로 삶의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게 될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 개인의 소소한 취미생활과 가족이 삶의 중심으로, 행복의 근원으로 조명 받을 것이다.
국내의 한 마케팅 연구소는 2009년 소비트렌드의 키워드를 ‘분구필합(分久必合)’으로 정의했다.
이 가운데 ‘합(合)’은 가족에 의한 소비를 의미한다. 공동구매 등을 통한 소비자들의 이합집산이 늘고 다양한 기능이 첨부된 퓨전(Fusion)형 제품 역시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그동안 소외됐던 '가족의 재조명' 현상이 두드러져, 문화·마케팅·광고 등 여러 영역에서 가족관계에 대한 향수가 늘어나 '가족'은 화두 중의 화두가 될 것이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다니엘 카네만 교수는 "행복이란 하루에 기분 좋은 시간이 얼마나 되는가에 의해 결정된다"고 했다. 2009년, 일상을 재미있고 행복하게 가꾸어 환하게 웃어보자.
박상권 기자 kwo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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