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개 쟁점법안 처리 여부와 시기에 대한 합의는 이뤄졌으나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이를 둘러싼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쟁점법안 신속 일괄처리라는 당론 관철에 사실상 실패한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당내 원내대표부-친이계 간 갈등이 격화될 조짐이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당론을 저지시켰다는 점에서 자축하는 분위기나 장기간 농성으로 인한 부상자 속출 등 의정활동에 차질이 예고되고 있다.
◇與, 내부갈등 본격화
당론관철에 실패한 한나라당은 내부에서 홍준표 원내대표 사퇴론이 격화되고 당지지율까지 추락하는 등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쟁점법안 합의문에는 방송법 등 미디어관련법과 금산분리 완화 관련법, 한미FTA비준안 등 상황에 따라 빠른 시일 내 처리 등 구체적인 날짜가 정해져 있지 않다. 이 법안들의 ‘속도전’을 강조해 온 한나라당, 특히 친이계 의원들로선 굴욕적 합의로 비춰질 상황인 것이다.
특히 친이계 의원 모임 ‘함께 내일로’ 소속 차명진 대변인은 7일 “지도부가 불법폭력에 무릎을 꿇고 ‘항복문서’에 서명했다. 대변인으로서 당의 정당성 홍보 부족에 책임을 느낀다”며 대변인직 사임까지 표명했다.
친이계로 분류되는 한 재선의원도 “어차피 이럴 거면서 여론의 질타를 받고, 뭐 하러 바쁜 의원들 해외출장도 금지시켰느냐”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당내 실세인 친이계 의원들의 반발이 격해지면서 정계에선 벌써부터 차기 원내대표 후보까지 거론되고 있다. 더욱이 ‘야당과의 입법전쟁이 진행되는 동안 박근혜 대표는 비판만 했지 한 게 뭐 있느냐’며 불똥이 친박계까지 튀고 있는 상황이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아직 임시국회도, 쟁점법안 처리도 끝난 게 아닌데 이러다가 진행 중인 민생법안 처리는 물론 향후 쟁점법안 재협의에도 심각한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며 걱정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탈진한 민주당
‘쟁점법안 처리시한 확정불가’라는 당론을 관철한 민주당은 “제1야당의 야성(野性)을 회복했다”며 정세균 대표의 지도력이 재평가 되는 등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그러나 20일이 넘는 장기간 철야농성으로 인한 당원들의 탈진상태로 향후 순조로운 쟁점법안 합의처리에 심각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재성 대변인은 이날 “민주당원들은 당분간 돼지고기를 즐겨 먹어야 할 것 같다”며 “당원 모두 몸싸움으로 인한 부상과 잔병으로 고생하고 있다”며 당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민주당은 전날 한나라당과의 합의에서 “탈진한 당원들이 휴식기간을 가져야 한다. 1월 중 재차적인 임시국회는 도저히 무리”라는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당론은 관철했지만 비공식적인 방법으로 인한 성과물이라는 점에서 개운치 않은 뒷맛도 있다.
국회 한 관계자는 “의원들이 의회민주주의를 후퇴시켜서야 되겠느냐”며 “그 방법(점거농성)으로 법안을 처리할 수 있다면 아무나 국회의원 시켜도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광석 기자 nov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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