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로 세계 철강업계가 대규모 감산에 들어가면서 일부 국내 중소업체를 중심으로 부도 가능성이 조심스레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이미 한국스틸 등 중소업체들은 무리한 확장과 자금난으로 부도 처리됐다.
여기에 철강사들의 현금 보유고가 줄어들고, 수요 감소가 본격화하는 상반기에는 구조조정 한파가 매섭게 몰아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현재까지 구조조정 양상은 주로 ‘감산, 임금 동결, 삭감’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외 철강업체는 지난해 말부터 감산을 시작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11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감산에 들어갔다. 올해에만 200만 톤을 줄인다.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등도 같은 시기 감산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전기로 제강사와 냉연사들의 공장 가동률은 60% 이하로 급감했다. 일부 봉형강, 단순압연업체의 경우 공장 가동을 멈춘 기업들도 속출하고 있다.
세계 1위의 철강사인 아르셀로미탈도 연환산 기준 2007년 생산량의 30%를, 세계 2위의 신일본제철은 하반기(2008년 10월~2009년 3월, 일본 회계 연도 기준) 중 200만 톤을 감산키로 했다.
한국철강협회는 수요산업 침체로 철강 산업의 실질적인 회복은 올해 4분기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관들 역시 올해 철강내수가 국내 경기침체로 9%, 수출은 약 14%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속노조 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철강 산업의 경우 업체별·품목별로 큰 편차를 보이는 양극화 현상이 예상된다.
일관제철사와 전기로그룹이 생산하는 열연강판 및 봉형강류, 후판의 경우 공급이 부족한 품목이어서 경쟁력을 확보한 상태다.
반면, 현대하이스코, 동부제강 등이 주축인 냉연강판시장은 공급과잉 품목이어서 경쟁이 치열해 이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 올해의 경우 자동차·가전·건설 등의 불황으로 수요는 14.8%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 산업의 구조조정 양상도 이를 기반으로 상반기 중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위기에 따른 실물경제의 어려움이 철강 현장에도 가시화되고 있다. 현재의 상황은 10년 전 외환위기와 달리 대형사가 아닌 중소 철강업체의 부도와 감산이 주축이다.
경쟁력이 취약하거나 무리한 설비투자로 경쟁 대열에 뛰어든 일부 철강사들의 경우 이미 유동성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부도 위기’로 내몰린 것이다. 냉연업체의 빅3인 동부제철, 현대하이스코, 유니온스틸 등은 지난해 11월부터 감산을 통해 재고 줄이기에 나서고 있지만, 금융시장 경색까지 겹쳐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변수라면 국제적인 철강 감산조치와 각국 정부들의 ‘재정확대’ 정책들이 올해 하반기에 얼마나 실효성 있는 효과를 낼 수 있는 지 여부 정도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부도설에, 구조조정 한파까지 우려되는 철강업계를 위해서는 정책적으로 건설, 토목 사업 등 수요산업 경기 부양을 위한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훈기 기자 bo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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