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금융회사와 우수 인력들이 모여 효율적으로 금융업무를 수행하는 금융중심지가 지역안배 차원에서 두 곳으로 분산됨에 따라 정부의 금융허브 육성 전략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지원역량이 분산되고 결국 아시아 다른 지역의 금융허브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복수 중심지 선택..정치적 고려?=금융위원회는 21일 열린 금융중심지 추진위원회 회의에서 서울, 부산, 경기도, 인천, 제주도 등 5개 지방자치단체가 신청한 금융중심지 후보 중 서울 여의도와 부산 문현동을 각각 종합금융중심지, 특화금융중심지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16명의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금융중심지 평가단은 서울 여의도만 지정하는 안과 서울 여의도와 부산 문현 2곳을 복수 지정하는 안, 서울 여의도와 부산 문현, 인천 송도 3곳을 한꺼번에 지정하는 안을 추진위원회에 제출했다.
추진위원회는 2시간 동안 지속된 회의 끝에 평가점수 1, 2위를 차지한 서울 여의도와 부산 문현을 복수 지정하는 안을 선택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서울 여의도만 금융중심지로 선정할지 아니면 부산 문현도 함께 선정할지를 두고 고심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일부 정치권과 부산지역 시민단체들의 복수 지정요구가 결정과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위는 현재 많은 금융기관이 몰려 있고 높은 수준의 금융 인프라를 보유한 여의도를 국제금융중심지로 육성하고 증권선물거래소(KRX)와 기술신용보증기금이 위치하고 다수의 금융공기업이 이전할 예정인 부산 문현을 공공금융의 중심지로 키우기로 했다.
◆세제혜택 등 종합지원책 마련=정부와 지자체는 서울 여의도와 부산 문현을 금융중심지로 육성하기 위해 세제혜택, 외국인학교 설립 등 다양한 지원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여의도 금융중심지는 현재 건설 중인 서울국제금융센터(SIFC) 일대 397만㎡로 자산운용, 헤지펀드, 대안투자 등이 발달한 싱가포르가 벤치마크 대상이다.
서울시는 이 지역을 특정개발진흥지구로 지정해 건폐율, 용적률, 높이제한 등 도시계획상 제한완화와 취등록세 면제, 재산세 5년간 50% 경감 등 세제혜택과 함께 건설자금, 입주자금, 경영안정자금 등의 지원도 실시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2천억 원 규모의 금융중심지 발전기금을 조성하는 한편 외국인의 생활편의를 위해 외국학교 유치도 추진키로 했다.
부산시는 국제금융단지 조성이 추진되는 문현동에 초고층 랜드마크 타워를 2012년까지 건립하고 KRX 금융전문대학원 설립 부지를 제공할 예정이다.
금융중심지 육성을 위한 재정지원의 일환으로 용지 및 건물 구입비 50% 이내에서 총 100억 원을 지원하고 취.등록세 면제. 재산세 감면 등의 세제혜택도 부여키로 했다.
부산시는 또 외국인 금융기관 임직원 주거 임대료 지원, 외국인 학교유치, 최첨단 의료기관 설립 등 생활 인프라도 확충키로 했다.
금융위는 금융중심지 대상지역의 세부개발계획을 관계부처 및 지자체와 협의해 올해 상반기 중 확정할 방침이다.
◆무늬만 금융중심지?..경쟁력 저하 우려=정부는 싱가포르, 두바이, 뉴욕과 같은 국제 금융허브를 육성하기 위해 2007년 12월 '금융중심지의 조성과 발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작년 3월부터 시행에 들어갔고 9월에는 금융중심지지원센터도 설립했다.
당초 단수의 금융중심지를 지정해 집중 육성하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정치권과 부산지역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복수 지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정책방향이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는 우리나라의 경우 도시국가인 홍콩, 싱가포르에 비해서는 국토가 넓고 제조업 등 실물경제 기반을 갖추고 있어 복수 금융중심지를 지정해도 문제가 없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금융중심지를 복수로 지정해 지원 역량이 분산되고 결국 아시아 다른 지역의 금융허브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소 금융연구실장은 "한 곳만 금융중심지로 선택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복수로 지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재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지원역량 분산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금융중심지는 전세계의 돈이 흘러들어왔다가 나가는 기착지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규제완화를 통해 국내외 금융기관의 거래비용을 낮춰주고 사회문화적 인프라도 확충하는 등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터넷뉴스팀 news@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