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택판매실적이 넉달만에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침체됐던 부동산시장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고용시장이 여전히 불안정한 가운데 미국인들의 소비지출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고 은행들도 대출에 소극적이어서 바닥을 점치기는 이르다는 게 전반적인 분석이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이날 12월 잠정주택판매지수가 6.3% 오른 87.7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수가 오르기는 지난해 8월 이후 4개월만에 처음으로 월가 전문가들은 4% 하락했던 11월 수준에 머물것으로 전망했었다.
잠정주택판매지수는 매매계약이 체결됐지만 대금지급 등 거래가 완료되지 않은 계약 건수를 집계한 것으로 기존주택 판매의 선행지표로 쓰인다. 이 때문에 오는 25일 발표되는 1월 주택판매실적도 개선됐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미국 주택차압건수 추이(출처:리얼티트랙) |
특히 실업률과 주택차압 건수가 극에 달했던 4분기에 증발한 액수만 1조4000억달러에 이르고 같은 기간 주택 매물은 2.9% 늘어났다. 주택가격이 추락하면서 집값보다 많아진 대출금을 짊어진 주택보유자들도 지난해 3분기 14.3%에서 4분기 17.6%로 증가했다.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도 지난해 11월 6.09%에서 5.33%로 하락해 주택 수요를 견인했다.
주택 판매실적이 두드러졌던 지역 역시 주택 차압이 많았던 서부 및 중서부지역에 집중돼 이들 지역의 주택 판매는 각각 13%씩 증가했다. 반면 서부와 북동부지역은 3.7%, 1.7%씩 줄었다.
하지만 미국 부동산시장이 회복기에 접어들었다고 보는 것은 아직 무리라고 월가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오바마 정부가 모기지를 활성화하려고 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규정이 까다롭고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어 시장이 쉽게 살아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고용시장도 문제다. 미국의 실업률은 지난해 12월 16년래 가장 높은 7.2%를 기록했다. 때문에 같은 달 개인 소비지출은 1% 줄면서 6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갔고 지난해 전체로는 증가세가 3.6%에 머물러 47년만에 가장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스탠 험프리스 질로우닷컴 부사장은 "경제의 향방이 불확실한 가운데 차압 및 대출기준이 강화되면서 주택시장의 침체가 가속화하고 있다"며 "고용환경의 악화 속에 대출금 상환 압박이 커지면서 차압 대상 주택이 늘어나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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