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의 '동탄모델' 선거 작전이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반전을 만들어 낼까.
이준석 후보는 지난 27일 국회 소통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상계엄에 책임이 있는 세력으로의 후보 단일화는 이번 선거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22일 기자회견 이후 입장이 변하지 않았다는 뜻을 다시 선언했다.
앞서 이준석 후보는 동탄모델을 통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막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동탄모델이란 지난해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경기 화성을 지역구에 출마한 이준석 후보의 성공 방정식을 뜻하는 말이다.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이준석 후보는 42.41%의 득표율로 공영운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한정민 국민의힘 후보를 꺾고 생애 처음으로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사실 이 선거를 앞두고 공영운 후보가 이준석 후보를 이긴다는 예측이 많았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이준석 후보의 역전승으로 끝났다. 이준석 후보가 공영운 후보와 한정민 후보의 지지층을 빼앗고, 후보를 고르지 못한 무당층을 공략한 결과였다.
또한 이준석 후보는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직격하며 보수층에서 자신에게 힘을 몰아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27일 기자회견에서 이준석 후보는 "김문수 후보로는 이재명 후보를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은 국민의힘 의원 모두가 잘 알고 있다. 고정표를 바탕으로 여론조사 최대치까지 올랐다가 이제 추락만 남은 김문수 후보가 있고, 추세로 밀고 올라가 끝내 이재명 후보를 뒤집을 에너지가 있는 저 이준석이 있다"며 국민들이 전략적 투표를 해줄 것을 호소했다.
이에 보수층 일각에선 단일화를 거부한 이준석 후보 때문에 이재명 후보의 대선 승리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단일화 실패로 표가 갈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준석 후보 지지층이 단순 보수층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진보층 일부를 흡수하고 있기에 단일화를 하지 않는 것이 보수층에 유리하다는 분석도 있다.
이준석 후보의 단일화 거부로 인해 과거 제3지대로 대선에 출마한 이들의 실패 전철을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997년 제15대 대통령 선거에 나섰던 이인제 전 국회의원과 제20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심상정 전 정의당(현재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은 대선 패배 후 각각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으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인제 전 의원은 신한국당 소속으로 15대 대선 경선에 출마했으나, 이회창 전 국무총리에게 패했고 경선 불복을 선언하며 창당한 국민신당 후보로 대선에 나섰다. 이로 인해 김대중 전 대통령이 40.27%의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됐고, 이회창 전 국무총리는 38.74%로 낙선했다. 이인제 전 의원은 무려 19.20%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선전했으나, 보수층의 비판을 피할 순 없었다. 결국 이는 일명 '이인제 방지법'으로 불리는 공직선거법 제57조 제2항 '정당이 당내경선을 실시하는 경우 경선후보자로서 당해 정당의 후보자로 선출되지 아니한 자는 당해 같은 선거구에서 후보자로 등록될 수 없다. 다만 후보자로 선출된 자가 사퇴, 사망, 피선거권 상실 또는 당적의 이탈, 변경 등으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탄생의 시초가 됐다.

심상정 전 의원은 정의당 대선 후보로 제20대 대선에 출마해 2.37%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당선에 캐스팅보트가 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48.56%,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47.83%의 득표율을 나타내 두 후보의 격차가 단 0.73%포인트 격차밖에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보 측에선 '심상정 전 의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이란 우스갯소리가 돌기까지 했다.
이로 인해 이인제 전 의원과 심상정 전 의원은 정치생명에 큰 타격을 받았다. 하지만 이준석 후보는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대선 완주를 선언했다. 다만 이준석 후보는 이인제 전 의원 사례가 적용되지 않는 독자적인 정당의 대선 후보라는 점, 더불어민주당과 총선에서 연합 이력이 있는 정의당과 달리 개혁신당이 지난 총선 당시 국민의힘과 힘을 합치지 않았다는 점을 보면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다. 그래도 만약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의 격차가 얼마 나지 않은 채 이재명 후보가 당선된다면, 이준석 후보가 보수층의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고 과감히 도전장을 던진 이준석 후보가 자신의 바람대로 보수층의 전략적 선택과 이재명 후보의 지지층, 무당층을 흡수해 이번 대선에서 제3지대 돌풍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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