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처를 못 찾고 시중에 부유하는 단기 부동자금 규모가 500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렇게 커진 단기 부동자금이 부동산 투기에 쏠릴 경우 부작용이 심각할 것을 우려, 설비투자 등 생산적인 곳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5일 금융당국과 금융계 등에 따르면 자산운용사의 초단기 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단기채권형 펀드, 은행의 실세요구불예금 등 만기 1년 미만의 단기 유동성 자금은 모두 500조 원 안팎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MMF 설정액은 지난 2일 기준 108조5453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9조 원 이상 늘었다. 2007년 말(46조7390억 원) 대비 2.3배 규모다.
자금의 단기부동화란 돈을 하루만 맡겨도 연 3%의 수익을 주는 MMF 등의 단기 금융상품에 몰리는 현상을 말하는 것으로 자금이 생산적인 곳에 투자되기 어렵게 한다.
이 같은 현상은 경제 위기가 가속화 되며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회피 경향이 강해지고 기업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어 과감한 기업 투자가 어려워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주식과 부동산 등의 투자시장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는 점도 자금의 선순환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실물에 자금을 공급해야할 은행들도 대출 대신 MMF 등의 단기 상품에 돈을 묶어두고 있다. 은행과 대기업 등 법인이 맡긴 MMF 자금은 전체의 70% 수준인 73조2725억 원으로, 2007년 말의 4.7배에 이른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경기 회복을 위해 기준금리를 작년 9월 5.25%에서 현재 2.50%로 내린 데 이어 21조6000억 원의 원화유동성을 공급했으나 자금이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단기상품에 몰려 통화정책의 효과를 갉아먹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시장 안팎에선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가계와 기업의 소비.투자가 일어나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빠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단기 금융상품에 묶여 좀처럼 돌지 않는 시중자금을 기업이나 투자시장으로 유도할 수 있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시중에 돈을 풀었음에도 자금이 기업이나 주식, 채권, 부동산 등의 투자시장으로 가지 않고 있다"며 "시중 자금이 기업과 투자시장 등으로 흐르도록 하는 묘안이 없는지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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