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융권, 헤지펀드 옥석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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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2-18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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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위기에 강해야"<BR>'B-리스트' 펀드…자금 공급 줄여

미국 금융권이 헤지펀드들에 대한 옥석 가리기에 나섰다. 막대한 수익을 내는 헤지펀드는 그동안 월가에서 귀한 대접을 받았지만 금융위기가 고조되면서 미 금융업계가 될성 부른 펀드만 솎아내기 시작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미국 증권사와 은행들이 헤지펀드들을 금융위기에 강한 펀드와 그렇지 못한 펀드로 나눠 부실 펀드에 대한 자금 공급을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때문에 부실 펀드 목록에 오른 펀드들은 더 큰 비용을 감수하고 다른 자금 조달 창구를 찾거나 합병 또는 청산을 검토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눈 밖에 난 헤지펀드에 대한 월가의 압력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미 금융권은 렐러티브밸류오포튜니티에 대한 자금 공급을 줄였다. 이 펀드는 지난 1998년 도산하며 세계 금융시장을 마비시킨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의 설립자 존 메리웨더가 운용하는 대표 펀드다. 메리웨더는 금융거래를 통한 차입을 줄일 수밖에 없었고 이 펀드는 지난해 42%의 손실을 기록했다.

보유 주식을 매각하라고 강요하거나 파이낸싱 비용을 높이고 조건을 강화한 사례도 있다.

은행권은 지난해 헤지펀드 운용자금만 90억달러에 달하는 시타델인베스트먼트그룹에 대해 담보를 더 설정하라고 요구했다. 시타델은 보유주식을 매각하고 차입을 줄일 수 밖에 없었고 시타델이 운용하는 최대 펀드는 같은 해 54%의 손실을 봤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40억달러 규모의 글렌뷰캐피털매니지먼트가 큰 거래에서 손실을 내자 파이낸싱 비용을 올렸다. 글랜뷰캐피털이 운용하는 최대 펀드는 지난해 49%의 손실을 기록했다. JP모건체이스는 일부 펀드에 대해 파이낸싱 조건을 강화했다.

미 금융권이 애지중지했던 헤지펀드를 이처럼 박대하고 있는 것은 헤지펀드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악화되면서 금융시장을 교란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헤지펀드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반 2조달러에 달했던 헤지펀드 자산은 최근 1조4000억달러로 줄었다. 지난해 청산된 펀드도 사상 최대치인 1300여개에 달했다.

하지만 금융권이 수익률이 낮거나 위험도가 크다고 평가해 'B-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것이 반드시 '사형선고'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소형 펀드는 금융권에 대한 자금 의존도가 크지 않고 수익이 늘거나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확보하면 리스트에서 이름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월가 은행들은 200여개의 헤지펀드를 B-리스트로 분류했다.

다만 일부 펀드들에 대한 월가의 자금 공급이 줄어들면 이들이 자산을 내다 팔게 돼 단기적으로 금융시장의 혼란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편 무어캐피털매니지먼트나 튜더인베스트먼트, SAC캐피털어드바이저스 등 'A-리스트'에 오른 펀드들은 월가 은행으로부터 쉽게 자금을 조달할 뿐 아니라 투자 대상 기업의 경영진 소개와 주식 거래 내용 등 투자와 관련한 자료도 제공받고 있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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