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 2000억 달러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한국은행은 22일 최근 급등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 2000억 달러 규모의 외환 보유고를 깨서라도 시장개입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시장 개입 여부는 필요에 의해 결정하는 것"이라면서 "외환보유액이 2000억 달러 아래로 내려올지 여부는 개입에 있어서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은의 또 다른 관계자도 "외환보유액 2000억 달러 선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며 "시장 상황에 따라 2000억 달러 아래로 내려올 수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외환당국은 미래 위험에 대한 대응 능력 확보를 위해 외환보유액 2000억 달러를 마지노선으로 여겨 왔다.
'2000억 달러 마지노선'은 단기외채와 잔존만기 1년 미만의 유동외채가 2000억 달러 규모인 만큼 유동외채가 한꺼번에 빠질 경우를 대비해 이 정도의 외환은 갖고 있어야 한다는 논리에 의해 형성된 것이다.
하지만 원화 가치의 비정상적 하락과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의 9거래일 연속 팔자 행보, 동유럽 경제위기, 3월 위기설과 같은 악재가 중첩되자 한은이 적극적인 상황 개선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환당국의 이 같은 입장은 외환보유액 2000억 달러를 유지하기보다는 환율의 비정상적인 상승을 막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또 한은은 원-엔화 통화 스와프 자금 이용 가능성도 내비쳤다.
한은 관계자는 "원-위안화 통화스와프 협정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원-엔화 스와프자금은 시장 상황에 따라 사용할 수 있다"며 "그러나 한미 스와프처럼 당장 인출해 쓰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은은 지난해 12월 중국과 260억 달러 상당의 원-위안화 통화스와프, 일본과 200억 달러 규모의 원-엔화 통화스와프를 각각 체결한 바 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외환시장 불안 가중으로 국내은행들의 외화차입 현황을 면밀히 검사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동유럽 국가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불거지는 등 글로벌 신용경색이 심화되고 있다"며 "국내 은행의 외화차입 현황을 재점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올해 만기도래 은행권 외화차입금(이하 해외점포 제외) 350억 달러 가운데 100억 달러가 다음 달에 집중됐 있다. 또 은행권 총 외화차입 850억 달러 중 25%가 서유럽 금융회사에서 조달한 자금으로 올해 상반기에 만기도래하는 차입금은 100억 달러 규모다.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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