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은 안정, 경제 회복은 수년 걸릴 수도
MB 정부에 대한 회의적 시각 많아
자본확충펀드 효과에 '글쎄...'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환율은 늦어도 2분기 후반에 안정될 것입니다. 그러나 경제 전망은 아직 불안합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전세계 경제가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 역시 올해는 물론 내년 또는 앞으로 2~3년 뒤에도 회복하기 힘들 수 있습니다"
최근 만난 미국계 투자기관의 고위 관계자는 환율 문제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지만 경제전망이 어떻느냐는 물음에는 난색을 표했다.
그는 1월 수출이 전년 대비 3분의1 감소하는 등 한국 경제의 건전성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환율이 1530원대로 치솟는 등 우리 경제에서 환율은 그 어느 때보다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1월 수출이 악화되고 경상수지 역시 부진했지만 무역수지는 빠르게 안정될 것"이라면서 "전체적으로 무역수지 안정과 함께 환율 역시 안정 기조를 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1월 수출은 전년 대비 32.8% 감소했으며 1월 경상수지 역시 상품수지가 14억6000만 달러를 기록하는 등 전체적으로 4개월만에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외국계 투자기관에 종사하는 고위 관계자들은 MB 정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지난해 한국 부동산시장에 60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는 홍콩계 사모펀드의 고위 임원은 "CEO형 대통령이라고 선전했던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정책은 실망 자체"라면서 "무엇보다 시장과의 소통에 있어서 미숙한 점이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각종 정책을 들여다보면 '언발에 오줌누기'식 정책이 많다면서 "정책 당국자들이 실무자들의 의견을 많이 들어야 하지만 지식경제부를 비롯해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주요 정책 당국은 시장의 반응을 살피기보다는 주먹구구식의 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부동산 시장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수천억원대의 국내 부동산을 사들여 화제를 보았던 싱가포르계 투자펀드의 고위 관계자 역시 "한국의 부동산 정책을 예측할 수가 없다"면서 "기업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예측 가능하고 일관성 있는 정책이 추진되는 것을 원한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권을 비롯해 중소기업에 대한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며 정부가 공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자본확충펀드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목소리가 높다.
미국계 투자기관의 고위 임원은 "경기부진 심화로 부실 채권이 늘어날 것이라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수개월 동안 은행권이 대출을 늘리기는 힘들 것"이라면서 "금융위원회는 자기자본비율이 강화된 은행들이 중소기업들에 대한 신규대출을 늘릴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을 하고 있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증시 전망에 대해 상당수 외국계 투자기관 임원들은 단기적인 전망 자체에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시장 상황이 워낙 불확실하다면서 중장기적으로 올해 코스피 지수가 800~1200선을 오가는 변동성이 큰 장세를 연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외국계 투자기관 고위 관계자들은 '3월 위기설'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결산기를 맞은 일본의 자금사정 위축과 동유럽발 금융위기 등 대외 요인과 3월 이후 외국인 및 시중은행 채권만기가 집중된다는 국내 요인이 3월 위기설의 배경이지만 이중 실질적으로 국내 자본시장을 파국으로 치닫게 할 요인은 없다는 것이다.
홍콩계 사모펀드 임원은 "결국 3월 위기설은 달러 가뭄으로 인한 외환시장 불안이라는 공통 분모를 갖고 있다"면서 "시중은행의 한국은행 달러경쟁입찰 러시와 수출급감에 따른 경상수지 적자 등 불안 요인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3월 위기설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당분간 해외 달러 조달 여건의 악화 현상이 이어지면서 환율 급등이 지속될 수 있지만 늦어도 올 중순에는 안정권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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