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 시행 한달... 금융권 변화 ‘잰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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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3-01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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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들어 자본시장법이 시행 한 달째를 맞게 된다.

   자본시장법의 최대 수혜주로 꼽히는 증권사들은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통한 지급결제 준비와 혁신상품 출시, 신사업영역으로 진출 등 바쁜 행보를 보이며 은행과 한판 승부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 보호를 위해 펀드 가입 절차를 까다롭게 한 결과 일부 투자자들이나 펀드 판매사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금융당국과 증권사의 준비 부족으로 신사업 진출이 지지부진한 모습도 엿보이며, 글로벌 투자은행(IB)의 꿈은 아직도 멀게만 느껴지는 것이 현실이다.

   ◇ 증권업계 "은행들 한판 붙자"
자본시장법이 시행된 후 한달 동안 가장 바쁜 움직임을 보인 금융기관은 `환골탈태'의 꿈에 젖은 증권사들이다.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CMA를 통한 수시 입출금과 신용카드 결제, 계좌이체, 공과급 납부 등이 가능해지자 증권사들은 은행 계좌가 지금껏 누려온 `특권'을 CMA로 빼앗아오겠다고 잔뜩 벼르고 있다.

   대부분 증권사들이 금융결제원에 지급결제망 참가를 신청했으며, 이르면 6월부터 CMA 지급결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동양종금증권이나 삼성증권은 한 발짝 더 나아가 대형 시중은행들처럼 자체적인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서비스망을 갖춰 은행과 `카드 고객 쟁탈전'을 벌이겠다는 야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상품개발 범위가 거의 무제한으로 넓어지자 증권사들 간 신상품 경쟁에도 불이 붙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탄소배출권 선물가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연계증권(DLS)을 출시했고, 굿모닝신한증권은 자본시장법 취지에 맞춰 투자자 보호를 강화한 랩어카운트 상품을 내놓았다.

   이밖에 삼성증권이 주가지수 수익률의 1.5배로 변동성을 키운 `레버리지드 인덱스 펀드' 출시를 준비하는 등 각 증권사마다 금리, 신용위험, 원자재, 통화 등 혁신적인 개념의 상품 출시에 힘을 쏟고 있다.

   업종 간 벽을 허물어 무한경쟁을 유도하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증권사의 신사업 추진도 줄을 잇고 있다.

   펀드를 운용하는 집합투자업 인가는 대부분의 증권사가 신청할 예정이며, 수년 간 채권을 운용한 경험을 살려 금리선물 등 선물업 진출을 준비하는 증권사도 여러 곳이다.

   하지만 증권업계의 발빠른 준비에도 정작 금융당국의 준비 미비로 아직 신규사업 진출 인가 신청은 단 한 건도 없는 실정이다.

   한 증권사 임원은 "선물업 등에 진출하기 위해 많은 자료와 서류를 준비했지만 아직까지 사업 인가의 세부 심사기준이 제시되지 않아 인가 신청서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대주주 요건 완화가 추진됐다가 자본시장법 제정 막판에 관련 내용이 빠지면서 대기업 계열 증권사들이 신규사업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것도 업계의 불만사항으로 꼽힌다.

   자본시장법이 목표로 삼았던 `한국형 골드만삭스'로 부를 만한 글로벌 투자은행의 육성도 아직은 먼 나라 얘기인 것이 현실이다.

   한국증권연구원의 신보성 금융투자산업실장은 "글로벌 투자은행에 비해서는 국내 증권사들의 인프라가 부족한 데다 최근 전 세계 금융위기로 인해 투자은행으로의 도약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 펀드 가입 어렵다…"불편 감내해야"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금융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게 된 가장 큰 변화는 바로 펀드 가입 절차가 매우 까다로워졌다는 점이다.

   자본시장법은 은행이나 증권사 등 펀드 판매사가 고객의 투자목적, 재산상황, 투자경험 등의 정보를 확인하고 고객의 투자성향을 분류한 뒤 투자성향에 맞는 상품만 권할 수 있도록 했다.

   구체적으로는 고객의 투자성향을 안정형, 안정추구형, 위험중립형, 적극투자형, 공격투자형의 5단계로 분류해 투자성향보다 위험도가 높은 상품은 권유를 금지한 것이다.

   증권업계는 제도 시행 후 펀드 가입 절차가 너무 까다로워 고객들의 불만이 많고, 펀드 판매도 위축됐다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로 종전에 은행이나 증권사 창구에서 펀드를 가입할 때는 20~30분 정도면 충분했으나 법 시행 후에는 자세한 상품 설명과 투자자정보확인서 작성 등으로 1시간을 훌쩍 넘기기 일쑤다.

   동양종금증권 선릉역지점 이동헌 지점장은 "많은 고객들이 투자자 보호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작성 서류가 많은 것을 번거롭게 여기는 편이어서 가능한 범위 내의 서류 간소화가 필요치 않나 싶다"고 말했다.

   더구나 펀드 가입은 물론 투자자들이 주식 추천을 원할 때나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CMA에 가입할 때도 고객 투자성향 분류가 필요해 일선 영업점 직원들의 불만이 큰 실정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또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펀드 판매에 종사하는 사람이 갖춰야 할 자격증 요건도 까다로워져 8일 실시되는 파생상품펀드 및 부동산펀드 투자상담사 자격시험에는 총 6만여명이 지원서를 내기도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도 있겠지만 자본시장법 시행 후 펀드 판매는 다소 위축되는 조짐이다.

   지난달 4일 법 시행 후 같은달 25일까지 주식형 펀드에서는 1552억원의 돈이 빠져나가 1조3217억원이 유입됐던 작년 같은 기간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365억원의 돈이 빠져나갔던 올해 1월과 비교해도 자금 유출 규모가 매우 커졌음을 알 수 있다.

   업계에서는 고객들의 60% 이상이 주식형 펀드 판매를 권유할 수 없는 안정형, 안정추구형, 위험중립형 등의 투자성향으로 분류돼 펀드 판매에 차질이 빚어진 것도 판매 침체에 일조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투자자 보호 강화라는 자본시장법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펀드 판매에 다소 불편을 겪더라도 이에 적응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금융투자협회 안광명 자율규제위원장은 "100만원짜리 가전제품을 살 때는 가전 매장이나 인터넷 등을 뒤지며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정작 수백만원 혹은 수천만원짜리 펀드 가입은 짧은 시간에 끝내야 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며 "제도 정착 단계에서는 다소 불편이 있겠지만 투자자 보호라는 취지를 생각하며 이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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