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오피스 공실률이 증가하는 가운데 강남 테헤란로의 이면도로 측 오피스 빌딩은 층 전체가 비어있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
강남지역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왕복 10차선 간선도로인 테헤란로는 국제금융과 무역용 상업 빌딩이 밀집된 지역이다.
하지만 작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대형 금융업체들이 문을 닫기 시작, 최근엔 소규모 영세업체들이 임대료 부담을 이유로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테헤란로에는 즉시 입주가 가능한 층 전체 임대물량이 속출하고 있다.
2일 한상훈 에이원부동산중개법인 본부장은 "수요가 없다보니 1년씩도 비어있는 사무실이 있다"며 "계약기간이 남아 중도해지를 못하고 머물 뿐이지 현재 테헤란로 이면도로 쪽의 오피스 빌딩은 층 전체가 비어있는 곳이 태반"이라고 말했다.
또 "신규 임차인을 유치하지 못하다보니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3.3㎡(1평)당 1만원 정도씩 내려주는 상황"이라며 “빈 사무실을 찾지 못했던 작년과 반대 상황에 놓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역세권과 거리가 있고 영세업체들이 많이 머물던 테헤란로 이면도로 쪽 빌딩은 더욱 상태가 심각하다.
"강남 테헤란로 이면도로의 오피스 빌딩은 거의 절반이 빈 것이나 다름없어요."
테헤란로 인근 부동산 업체를 운영하는 한 공인중개사의 말이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오피스 공실률은 전분기대비 0.3%p 상승한 1.9%인 것으로 나타났다.
빌딩 규모별 공실률은 소형 오피스 3.6%, 중형 1.8%, 대형 1.2%로 규모가 작을수록 높은 공실률을 보이고 있다.
권역별로 보면 강남의 오피스 공실률이 2.2%로 가장 높았다.
또 작년 4분기 서울 평균 오피스임대료는 전분기대비 4.3% 상승해 평당 6.6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상규 부동산114 연구원은 "빌딩 입장에서는 임차인이 나가는지의 여부를 공개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가 파악되지 않는다"며 "실제 공실률은 조사된 것보다 훨씬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공실률이 많아졌지만 임대료 하락이 바로 나타나지 않았다"며 "이는 임대차 협상 단계에서 임차인 유치를 위해 별도 합의 가능조건을 내세우는 빌딩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 "내달 말 발표될 올해 1분기 서울 평균 오피스임대료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기정사실화 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여의도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여의도의 오피스 공실률은 전분기대비 0.6% 상승해 가장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여의도 인근 부동산업체에서는 여의도 환승센터를 중심으로 여의도역 인근은 동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을 서여의도로 구분해 설명했다.
심민규 김앤장공인 대리는 "공실률이 거의 없었던 동여의도 마저도 작년 10월부터 공실이 나오기 시작했다"며 "작년 이맘때만 해도 오피스 공실은 나오면 바로 빠지던 식이었으나 현재는 5~6개월씩 비어있는 사무실이 많다"고 말했다.
또 "1주일 단위로 여의도 일대 빌딩의 공실률을 체크하는데 공실이 이 정도로 빠지지 않은 적은 처음"이라며 "최근 임대료가 저렴하면서도 여의도 접근성이 좋은 영등포나 당산으로 옮겨가면서 이 같은 현상이 생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상규 부동산 114 연구원은 "현재의 오피스 공실률은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이라며 "경기 침체 영향으로 기업들의 신규 창업이 줄어들면서 임대시장의 신규수요도 계속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의 오피스시장은 기존 수요가 감소하는 가운데 기업들의 신규 수요도 함께 감소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모습이다.
차현정 기자 force4335@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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