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외국 로펌의 국내 사무소 설치와 운영, 외국인 변호사의 외국법 자문 업무 등을 허용하는 내용의 ‘외국법 자문사법’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대통령이 제정안을 공포하고 나서인 9월부터는 법률시장이 본격 개방된다고 볼 수 있어 향후 법률시장의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제정안 내용에 따르면 기존의 외국로펌과 연관된 분사무소 형태로 설립할 수 있지만 외국법자문사 단독 개업은 불가능하다.
논란이 됐던 업무영역과 관련, FTA상대국 법령 및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관습법에 관한 자문이 적용되는 국제중재사건 대리 업무만 처리 가능하고 소송대리와 법정변호와 같은 국내법사무는 수행할 수 없다.
‘외국변호사’ 혹은 ‘국제변호사’ 명칭 사용논란과 관련해서는 ‘외국법자문사(Foreign Legal Consultant)’를 사용하기로 했다.
또 외국법자문사가 국내에서 활동하려면 모국에서 3년 이상 근무해야 하고 법무부장관의 자격승인 및 대한변호사협회 등록이 필요하다.
일부에서는 "외국 로펌들이 이미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어 제정안이 실효를 거두기는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오히려 이보다 이들의 편법활동을 정부가 쉽게 규제할 수 있게 됐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법무부 국제법무과 한정주 검사는 “대한변협과 법무부의 징계위원회에서 규제하게 될 것”이라며 “대한변협에서는 행정권한을 위임을 받아 등록취소까지 할 수 있으며 법무부는 대한변협의 제재에 이의신청이 있는 중한 위반일 경우 자격승인 취소까지 징계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법조인들은 장기적으로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등 양질의 법률서비스가 제공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고려대 법과대학 김제완 교수는 “외국로펌 분사무소들이 국내로펌과 경쟁이 치열해져 국내 법률시장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며 “그러나 경쟁을 통해서 법률서비스 수준을 선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법조인들은 사법연수원을 통해 소송중심의 서비스에 익숙해져 있다. 반면 국제변호사들은 거래나 분쟁예방, 회계사, 변리사와 같은 전문직종과의 협업을 통한 종합적인 서비스에 강한 면모를 보인다.
김 교수는 “대형 로펌의 경우, 법률시장 개방에 대비해 종합적인 서비스 구축을 위해 준비를 많이 해왔다”며 “당장 시장이 개방되더라도 큰 어려움은 없겠지만 중소로펌은 살아남기 위해 그에 맞는 대비책을 세워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법무부는 지난 2005년 8월부터 2006년 4월까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에 따른 법률시장 개방의 첫 단계로 ‘외국법 자문사법 제정특별분과위원회’를 10여 차례 개최해 외국법 자문사법 초안을 마련했다.
이어 2007년 '외국법자문사법' 제정안을 입법예고했었으나 17대 국회에서 상임위에 회부됐다가 야당의 반대로 한미FTA 비준안이 통과되지 않아 외국법 자문사법도 국회법에 따라 자동 폐기됐고 18대 국회에서 새롭게 발의됐다.
이보람 기자 bora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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